[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美, 국민에 공천권…'물갈이 쇼' 없어
어수선했던 여야의 공천 쇼가 마무리돼 가고 있다. 공천을 받은 사람은 활짝 웃었고 탈락한 이들은 억울해한다. 선거에서 패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공천에서 탈락한 노여움은 영영 잊을 수 없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 정당들은 공천을 중앙당에서 주도한다. 공천권을 미국처럼 국민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어느 당 지도부는 한국인들은 아직 미 국민과는 달리 정치에 대한 식견이 부족해 당에서 해야 한다는 답변을 했다. 낡은 정치인들을 솎아내고 정치 쇄신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공천을 통해 새로운 인물들로 물갈이를 했는가. 이번에 공천을 받은 사람들 상당수가 구태의연한 얼굴들이다. 민주당 등 야당 대표들은 야권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국민이 갈망하던 단일화의 염원을 기어코 해냈다”고 말했다. 과연 이것이 국민이 갈망해 오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간다. 국민들 입장에선 연대가 선거용으로 비쳐질 뿐이다.

사실 국회의원을 물갈이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임기제한 제도다. 3선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3연임을 하지 못하게 국회에서 법으로 정해놓고 정작 국회의원들은 5선, 6선을 허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3선규정을 만들어야 물갈이가 저절로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대표적 예다.

국회는 최근 의원 수를 300석으로 늘리는 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국민적 요구가 컸던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은 정족수 미달로 처리조차 못한 채 무효가 됐다.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 65세 이상 전직 의원에게 사망할 때까지 월 120만원씩 연금을 지급하고 국회의원 수당, 의원 가족수당과 자녀학자금까지 받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의원들은 억대 연봉자다.

한국 정치는 앞서가는 경제를 뒷받침하기는커녕 아예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법안 발의 수를 놓고 보면 16대에서는 1650건, 17대에서는 5730건인데 18대에서는 놀랍게도 1만1000건이다.

하지만 선거 때 써먹을 요량으로 발의만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식이 많다. 발의한 법안들이 가결된 비율을 보면 창피하다. 16대는 15.6%, 17대는 12.1%, 현 18대는 5.4%밖에 안 된다. 나머지 95%의 법안은 의정보고서에 이름만 올려놓고 표 받기 선전용일 뿐이다. 이들은 모두 다 당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의원이다. 미국에서는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이처럼 통과율이 낮을 때는 그 의원의 자질과 지도력이 심각하게 공격받는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