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 1병영] 軍간부 출신 10명 중 4명이 실업자…美는 전역자 고용하면 稅감면
학군(ROTC) 장교로 임관해 6년여를 복무하고 2007년 7월 육군 대위로 전역한 류재권 씨(36). 류씨는 보험영업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보험 해약이 속출한 탓에 받았던 수당마저 토해내고 회사를 나왔다. 포화상태인지 모르고 시작한 유아용품 인터넷쇼핑몰 사업도 이내 접어야 했다.

2009년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에 모든 걸 포기하고 직업학교에 들어갔다. 이를 악물고 1년을 버텨 용접자격증을 딴 뒤에야 원하던 직장인 한전KPS에 입사할 수 있었다.

◆제대 군인 실업률, 국가 평균의 10배 넘어

[1社 1병영] 軍간부 출신 10명 중 4명이 실업자…美는 전역자 고용하면 稅감면
류씨처럼 전역 후 원하는 직장을 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군인이 늘고 있다. 국가보훈처 산하 제대군인지원센터에 따르면 군 장교나 부사관 등 장기 복무자 출신이 전역 후 일자리를 얻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개월이었다.

군 간부 출신들의 취업률은 지난 몇 년 동안 50%대에 머물고 있다.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전역한 2만7986명의 중·장기 복무자 출신 취업률은 2010년 말 기준 57.8%(건강보험공단 자료)였다. 10명 중 4명이 실업자로 제대 군인 실업률은 2010년 말 우리나라 전체 평균 실업률(3.7%)의 10배가 넘는 셈이다. 나이가 많은 데다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비역 일자리 늘리기에 집중해야

전문가들은 매년 6000여명씩 쏟아지는 직업군인(5년 이상 복무) 전역자의 취업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제대 군인의 모습은 현역들의 미래이자 군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젊은 시절을 군에서 보낸 직업군인들은 일반 사회의 직종에 대한 경험이나 적응 능력,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탓에 일반 구직자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기란 애초에 힘든 일이다.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의 저자 박필규 예비역 중령(육사 40기)은 “각 군의 제대 군인 지원 조직과 국방취업지원센터 등이 전역자들의 취업을 돕고 있지만 좀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며 “군과 민간 취업 알선 조직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 군인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현역 군인들의 업무를 과감히 민간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후방부대의 경비 업무는 전역 군인들을 채용한 민간 경비전문회사에 맡기고 부대 복지회관 운영도 제대 군인 일자리로 활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육군대학 같은 각 군 교육기관의 교수나 교관을 예비역 중에서 뽑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제대 군인 채용을 장려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가령 국방부와 조달청 입찰에 참여하는 방산업체와 군수업체는 제대 군인을 일정 비율 이상 뽑도록 하는 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홍선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제대 군인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에 임금을 일부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제대 군인 고용에 세금 감면

미국은 작년 11월 제대 군인 취업 지원을 위한 새로운 법(VOW to Hire Heroes Act of 2011)을 제정했다. 경기 침체로 제대 군인의 실업률이 10%에 육박하자 기존 법보다 취업 지원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새 법을 만든 것이다. 이 법에는 제대 군인을 채용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조항이 들어 있다.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한 제대 군인을 고용한 기업에 5600달러, 4주 이상 6개월 미만 실직상태인 제대 군인을 고용하면 2400달러의 세금을 감면해준다. 상이 군인을 고용하면 9600달러를 감면해준다. 미국은 또 제대 군인에게 연방정부 공무원 채용 시 가산점 혜택을 준다.

박소영 보훈처 제대군인정책과 사무관은 “제대 군인 고용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며 “제대 군인을 우대하고 존경하는 미국의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도 제대 군인이 정부기관이나 공기업 등에 취업할 때 가산점을 부여한다. 또 국가 산업단지 건설 공사에서 의무적으로 제대 군인의 일자리를 확보해 알선해 주고 있다. 대만은 장기 복무 군인들이 제대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도록 전역 2년 전부터 체계적인 전문교육을 제공한다. 특히 중·대령급 장교는 현역 복무 중 민간 대학의 어학과정을 이수하면 전역 후 바로 중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수 있다.

정인설/송태형 기자 surisuri@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