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은 4억7000만대 수준으로 2010년(2억9800만대)보다 57.8%나 늘어났다. 연간 8900만대를 판 애플은 전 세계 1위 업체(전세계 시장 점유율 18.9%)로 올라섰고, ‘갤럭시S2’로 경쟁력을 배가한 삼성전자는 8700만대로 시장점유율 18.5%를 차지하며 2위 업체로 등극했다.

오랜 기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업체 자리를 굳혀왔던 노키아는 지난 3분기 2위업체로 밀린 데 이어 4분기에는 3위 업체로 하락했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OS)를 무기로 다시 한번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의 상승세를 꺾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이 가장 많이 팔린 지역을 분석해 보면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지역이 34.6%, 북미 시장이 23.8%, 서유럽 지역이 20.0%로 3개 지역이 78.4%를 차지했다. 연간 기준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0.2%, 2009년 21.8%, 2010년 24.6%, 2011년 33.8%로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시장 점유율(5.3%)까지 합하면 아시아 지역의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39.1%에 이른다.

스마트폰이 가장 많이 팔린 지역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삼성전자의 상승세와 노키아의 추락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2008년 1분기 점유율이 2.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27.6%까지 상승했다. 반면 노키아는 2008년 1분기 82.6%에 달했던 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에는 16.7%로 급락, 2위로 내려앉았다. 애플 역시 지난해 2분기 17.1%를 기록한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어 이 지역에서의 선두업체는 당분간 삼성전자일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점은 중국업체인 화웨이, ZTE와 대만업체인 HTC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상승속도다. 2011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HTC를 제외한 중국업체들의 점유율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 세 업체는 합산 점유율이 작년 1분기 10.6%, 2분기 13.9%, 3분기 18.5%, 4분기 20.4%로 급증해 향후 삼성전자의 행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품업체 중에서도 삼성전자 이외에 화웨이, ZTE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파트론, 와이솔 등이 꾸준한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 업체로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인 듯했지만, 스티브 잡스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애플의 아이폰4S는 기대보다 못한 졸작이라는 혹평 속에서도 놀라운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은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42.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7.6%에 그친 삼성전자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애플은 지난해 3분기 21.9%를 기록해 다소 하락세에 접어드는 듯했지만 한 분기 만에 20% 가까이 점유율이 치솟았다. 대만 HTC는 지난해 3분기 20.7%에서 4분기 10.0%까지 점유율이 하락했고, 올해 전망 또한 어둡다.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유럽 지역에서는 지난해 4분기 애플은 27.6%, 삼성전자는 27.4%로 점유율이 엇비슷했다. 유럽 지역 맹주였던 노키아는 9.6%에 그쳤다.

이처럼 대륙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선두 각축을 벌이는 한편 노키아와 RIM은 추락하고 있음이 뚜렷하다. HTC 역시 선진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는 모습이고, 블랙베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RIM도 현재 상태로는 부활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LG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한 자릿수 후반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 외에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고, ZTE나 화웨이 등 중국업체의 약진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갤럭시S3 · 아이폰5 '개봉박두'…삼성 vs 애플 '1위 싸움' 치열할 듯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간 박빙의 경쟁은 올 여름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아이폰5, 삼성전자는 갤럭시S3의 출시를 각각 예고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3 외에도 갤럭시노트, 갤럭시빔 등 특화된 스마트폰을 다수 출시한 만큼 판매량 면에서는 애플을 앞설 전망이다.

다만 최근 언론에 가끔씩 공개되는 아이패드(iPad)3와 아이폰5의 사양이 생각보다 뛰어날지도 모른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애플의 새로운 제품에는 LTE(롱텀에볼루션) 탑재, 홀로그램 형태를 이용한 파격적인 자판, 방수 기능 등이 부가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사양들이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 관련 업체들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 jdha1017@goo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