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종편은 0%대 시청률, 국영 방송은 총파업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백일이라면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백설기라도 돌리는 것이 우리네 관습이다. 하지만 사정이 영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하긴 출범 이래 0.3~0.4%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시청률은 답답하다 못해 참담하다. MBC 파업에 반사이익이라도 기대했지만 2월 시청률도 결국 제자리 걸음으로 나왔다.

한 종편사가 100억원을 넘게 들였다는 드라마 H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떨어져 이제는 0%대가 됐다. 종편 성공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종편 신문 4사가 똘똘 뭉쳐 함께 홍보했던 드라마다. 종편 4사의 위기감은 이제 공포에 가까워 보인다.

특혜에 특혜를 얹어준 종편이다. 케이블 위성 IPTV 할 것 없이 공짜 송출을 의무화했고, 시청자의 접촉이 수월하도록 황금채널을 내줬다. 병원과 전문의약품 광고도 모자라 중간광고까지 허용했고, 미디어렙법 통과를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제멋대로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풀어줬다. 있는 특혜, 없는 특혜가 총출동됐다.

그런데도 이 모양이다. 한 시간쯤은 방송사고가 나도 아무도 모르고 넘어간다. 어느 종편의 프로그램이 기록한 시청률은 0.000%다. 시청률 조사 대상 4320가구 가운데 이 방송을 본 집이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자사 채널을 시청하는 인증샷을 보내주면 경품을 주는 이벤트까지 벌였을까. 서글픈 얘기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을 네 곳이나 선정하면서 글로벌플레이어의 탄생이 머지않았다며 스스로 감격스러워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방송 시작과 동시에 망상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사실 없어도 그만이고, 있어도 하나로 충분한 것이 종편이다. 방통위의 장밋빛 청사진에 부나방처럼 뛰어든 종편사들은 지금도 0%대 시청률을 유지하느라 천문학적인 금액을 공중에 날려보내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는 종편 각사의 연간 적자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종편사 전체의 자본금 1조5000억원이 바닥나는데 3년이면 족하다는 얘기다. 팔 비틀려 끌려들어간 기업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광고 시장은 더 기막히다. 파이는 그대로인데 종편사들이 주걱만한 숟가락을 꽂으면서 시장은 벌써 엉망이다. 종편사가 광고주들에게 애걸을 해보지만 여의치 않다. 지상파의 70% 수준은 받아내겠다던 광고 단가는 이미 20%까지 떨어졌다. 광고주들로서도 시청률 0%대 방송에 광고를 줄 명분이 없다. 그러자 주먹이 나간다. 시청률 0%대 드라마 H에 빚투성이인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협찬 명목으로 갖다바친 돈이 자그마치 3억4000만원이다. 앵벌이에는 국회의원들까지 동원됐다니 어떤 구조인지 뻔하다. 공기업은 그래도 약과다. 민간 기업들은 이미 그로기 상태다.

애초 이 정권이 노영(勞營)방송으로 불리는 지상파의 대항마를 키워 방패막이로 써보자고 만든 꼼수 정책이 종편이다. 좌파 정권 10년간 완전히 바뀐 지상파의 인적 구조를 제 입맛에 맞게 바꾼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새 방송을 허가해 제 편을 만들겠다고 밀어붙인 정책이다. 지상파도 한때 신문-방송 겸영의 파워를 걱정했지만 종편이 결코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상파의 파워에는 변함이 없다. 때마침 총선과 대선이 눈 앞이다. 방송사 노조가 정치 투쟁에 나서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MBC 노조가 스타트를 끊었고, KBS와 YTN이 엊그제부터 동조파업에 들어갔다.

유례 없는 국영방송들의 전면 파업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아무리 낙하산 사장이 내려와도 입도 뻥긋한 적이 없는 노조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PD수첩의 광우병 선동처럼 누가 봐도 논란이 될 편파·왜곡방송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이들 노조가 파업을 벌였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그런 노조가 이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 정권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정책이 방송이다. 하지만 국영방송은 여전히 노조에 휘둘리고 있고, 종편은 0%대 시청률을 헤매고 있다. 방송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누가 방송과 언론 환경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이제 끝까지 책임질 일만 남았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김정호 칼럼] 종편은 0%대 시청률, 국영 방송은 총파업
고현정 왜이래?
얼굴 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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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꽈당
허탈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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