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악해지는 '특허 괴물'…금융ㆍ유통업까지 무차별 소송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특허전문회사들의 소송 공세가 정보기술(IT)업종에서 제조·소매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IT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특허 방어에 나서자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특허괴물들의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특허법을 개정했지만 증가하는 소송을 막지는 못했다. IT업종에서는 작년 좋은 실적을 낸 애플과 삼성이 특허괴물들로부터 가장 많은 소송을 당했다.

◆소송 전방위 확산

6일 미국 특허조사회사 ‘페이턴트프리덤’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 2년간 특허괴물들은 7470건의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제조업 금융서비스업 등 IT 이외의 업종 회사를 상대로 한 것은 4400건이다. 특허괴물의 전체 소송 중 52%에 달하는 수준으로 IT 이외 업종에 대한 소송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페이턴트프리덤은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하이테크 산업에 집중됐던 특허 소송이 기술 소비자들로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애플이 애플리케이션 관련 특허를 도용했다고 판단하면 과거 특허괴물들은 애플에만 소송을 했지만 최근에는 다수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도 소송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특허괴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회사는 전자업종이 2773개(누적 기준)로 가장 많았고 소매업종이 2724개로 그 뒤를 이었다. 또 금융서비스와 자동차 및 운송업종도 1442개로 반도체업종보다 많은 소송을 당했다. 또 농업과 호텔서비스 업종도 1438건에 달했다. 이들은 IT회사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활용하다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허괴물들의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특허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소송을 한번 할 때 다수를 피고로 하지 못하도록 원고가 특허 위반의 공통점을 증명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로저널’에 따르면 특허괴물들은 작년 9월 중순 새 법이 발효된 이후에도 400건이 넘는 개별 소송을 제기했다. 대니얼 매커비 페이턴트프리덤 회장은 “개정법이 소송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큰 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IT업계 소송은 여전

특허괴물들은 지난해 기업 등을 대상으로 4602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에 비해 18.9%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개별 기업 중에는 애플과 삼성이 각각 42건으로 가장 많은 소송을 당했다. 삼성에 대한 소송은 전년에 비해 두 배로 급증했고 애플은 피소 건수 기준으로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LG는 28건의 소송을 당했고 모토로라 델 소니 등도 30건이 넘는 소송에 휘말렸다.

유통업체에 대한 소송도 급증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 대한 소송은 전년 18건에서 33건으로 크게 늘었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양판점 베스트바이와 월마트도 각각 16건과 14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게임 관련 특허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징가, 플레이피시 등은 최근 게임LLC라는 회사로부터 소셜게임과 관련한 소송을 당했다. 닌텐도도 특허괴물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 특허괴물

patent troll. 각국의 특허를 사들인 후 특허를 침해한 기업을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회사를 말한다. 제조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특허전문 관리회사(NPE·non-practicing entity)로도 불린다.

김용준/김희경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