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살던 A 씨는 지난해 말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경기도 일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A 씨가 살던 아파트는 잠실 주공5단지 119㎡형. 1978년 입주가 시작돼 지금은 녹물이 나올 정도로 낡은 아파트지만 한강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높은 단지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다. 잠실 주공5단지는 30개동, 4125가구(아파트는 3930)가 들어서 있는, 잠실 아파트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재건축 대상이다. 당연히 팔고 나오기까지 망설임도 컸다. 하지만 서울시장이 바뀌고 재건축·재개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결국 마음을 바꿔 먹었다.

A 씨가 잠실의 ‘노다지’로 불리던 아파트를 떠나게 된 건 비단 재건축에 대한 어두운 전망 때문만은 아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지난가을 결혼시킨 것이 사실 더 큰 이유다. 더 이상 큰 집과 많은 방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 인근의 고질적인 교통난, 답답한 공기 등 주거 환경도 노부부에게는 점점 더 버거워졌다. 때마침 일산에 사는 지인의 집을 찾은 A 씨는 한결 깨끗한 공기와 여유가 느껴지는 한적함에 큰맘 먹고 이사를 결정했다.

2011년 초만 해도 11억3000만 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됐지만 이보다 기대치를 낮춰 11억1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A 씨가 선택한 주택은 이제까지 살던 아파트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이다. 1층에는 상가를 세주고 A 씨 부부는 3층에 자리를 잡았다. 나머지 2층과 지하층도 각각 임대를 줬다. 이른바 ‘점포형 주택’이다.

총 매매가는 7억5000만 원. 보증금만 1억7900만 원이 나오고 월세 총액은 181만 원이다. 국립암센터 맞은편에 자리해 1층 상가에 들어온 커피 전문점도 손님이 많은 편이다. ‘혹여나 장사가 잘 안 돼 세를 못 받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사 비용 등 이것저것 합해 500만 원을 쓰고 나머지 차액 3억5000만 원은 월지급식 펀드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해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재건축 대박’에 젖어 아파트만 고집했더라면 기대하기 힘든 여유로운 생활이다.
[新주거혁명, 굿바이~아파트] 주거와 투자를 동시에 점포형 주택 '인기'…임대 수익 '굿'
매달 안정적인 임대 수익 확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는 한때의 사이클 개념을 벗어나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강남 불패’ 신화를 써내려 갔던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아파트로 돈 벌던 시절은 끝났다”거나 ‘대세 하락’이라는 말에도 더 이상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자들의 인식도 과거 ‘시세차익’에서 안정적 수익을 올려줄 수 있는 ‘임대 수익’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예로 든 A 씨의 사례다.
점포형 주택은 다른 말로 상가주택·근린주택이라고도 한다. 3~4층 정도의 건물 중 1층은 식당 같은 상가로 세를 놓고 꼭대기 층은 주인이 사는 단독주택을 말한다. 나머지 층도 주거용 세입자를 들이면 노후 대비 임대 수익용으로 그만이다.

지난해 5월 1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도 점포형 주택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의 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가구 수 제한도 푼 것. 이에 따라 2층이 한도였던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은 3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고 3층으로 제한됐던 점포형 단독주택은 4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제한이 풀렸다.

필지당 3~5가구로 제한돼 있던 점포형 단독주택의 가구수 제한도 사라졌다. 정부는 “이미 완공된 택지지구도 해당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증축이 가능하다”고 밝혀 사실상 점포형 주택에 대한 건축 규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점포형 주택을 신축할 때 기존에 기대했던 수익률보다 20% 이상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예를 들어 3층짜리 건물에 1층은 점포, 3층은 주인, 2층에 임대 2가구인 점포형 주택이 있다고 하자. 바뀐 법에 따르면 한 층을 더 올리고 나머지 2가구를 원룸식으로 설계해 기존보다 가구 수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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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분양 단독주택 용지 눈여겨볼만

점포형 주택의 인기는 단독·다세대주택의 거래량이 반등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의 거래량은 총 5만6227건을 기록했다. 2006년 12만2906건에서 2007년 10만947건(-17.9%), 2008년 9만5721건(-5.2%), 2009년 6만2124건(-35.21%), 2010년 4만4588건(-28.2%)으로 매년 급감하다가 5년 만에 전년 대비 거래량이 26.1% 반등한 것이다.

주택 유형별로 거래량을 살펴보면 다세대주택이 2010년 2만7403건에서 2011년 3만4875건으로 27.3% 늘었고 단독주택이 9292건에서 1만1676건(25.7%), 연립주택이 4961건에서 6084건(22.6%), 다가구주택이 2932건에서 3592건(22.5%)으로 각각 증가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분양하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지도 인기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 등 노후 준비용으로 점포형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LH의 단독주택 용지 판매는 2010년 159만7000㎡(1조2064억 원)에서 2011년 201만5000㎡로 26%나 증가했다. LH가 분양하는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지는 주거 전용 택지와 점포 겸용 택지로 나뉜다. 주거 전용 단독주택 용지는 주택 이외의 다른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주거 전용인지, 점포 겸용인지 꼭 확인해야 낭패를 막을 수 있다.

LH에서 분양하는 단독주택 용지는 도로·가스·수도 등의 생활 기반 시설은 물론 학교·병원 등의 편의 시설도 잘 갖춰졌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곳이 많아 임대 수요나 수익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H는 올해 3월 남양주 별내의 115필지 분양을 시작으로 총 1173필지(30만1430㎡)의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를 분양할 예정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