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탐욕에 눈 먼 '붉은 龍'…독성 내뿜는 공룡되나
중국의 부상은 세계 경제질서를 뒤흔들 힘을 지닌 메가트렌드다. 중국을 조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고 관련서도 쏟아진다. 그러나 중국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에는 항상 부족하다. 중국의 이면을 파헤친 책 두 권이 나왔다.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과 《중국 공산당의 비밀》이다.

[책마을] 탐욕에 눈 먼 '붉은 龍'…독성 내뿜는 공룡되나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은 인류에게 위협적인 존재로서 중국을 들여다본다. 미국 UC어바인대 교수인 피터 나바로와 그렉 오트리는 중국에 의한 종말이 당장 우리 앞에 현실화될 수 있는 위험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중국이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식품과 제품을 물밀듯이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공산당식의 변칙적인 ‘국가자본주의’는 세계의 자유시장과 자유무역 원칙을 산산조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상주의와 보호주의를 결합한 정책을 무기 삼아 휘두르면서 전 세계 일자리를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로 지원되는 불법 수출 보조금, 지식재산의 무분별한 위조, 느슨한 환경보호 법규, 업계에 만연한 노예 노동력 사용 실태도 고발한다.

뻔뻔한 환율 조작으로 미국의 일간 대 중국 무역적자가 10억달러 가까이 치솟았고, 제조업 일자리 수백만개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자원 탐식도 경고한다.

저자들은 중국이 자원을 얻기 위해서라면 독재자나 불량국가와도 손을 잡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도 마음대로 행사한다고 비판한다. 다르푸르 지역의 인종 학살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대가로 수단에서 원유를 얻었고, 잔자위드 민병대가 중국산 무기로 민간인 30만명을 학살하는데도 유엔의 개입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등에 대한 원조를 늘리고, 자국 엔지니어와 노무자를 대거 이주시켜 식민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말미에는 중국과 상호 번영하는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개개인의 행동과 경영진의 결단, 정부 정책 수단 등을 제안한다.

저자들은 “중국을 상대할 때는 어떤 차원에서 협력하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며 “적절히 불신하고 지속적으로 재확인하라”고 강조한다. 미국적 시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책이지만 우리가 참고할 내용도 적지 않다.

[책마을] 탐욕에 눈 먼 '붉은 龍'…독성 내뿜는 공룡되나
《중국 공산당의 비밀》은 중국의 모든 것을 움직이는 절대권력인 공산당의 실상을 파헤친다. 20년간 파이낸셜타임스의 베이징·상하이 지국장을 지낸 리처드 맥그레거는 당이 정부, 법, 언론, 군사를 어떤 방식으로 통제하는지 분석한다. “나는 할 수 있고, 너는 할 수 없다. 네가 못하므로 내가 한다.” 당 외에 다른 대안은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 일당 집권인 중국 공산당의 지배원리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저자는 중국 공산당이 지속적으로 힘을 유지하는 것은 레닌의 이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49년 공산당이 통일 중국의 유일한 정부로 자리잡은 이래 당 지도자들은 정부 요직에 모두 당원을 심어왔고, 당 선전부는 모든 언론을 통제해 왔다. 군대와 공안을 장악해 체제에 대한 도전을 확실히 차단했다. 1989년 톈안먼 사건과 소련 붕괴 등 위기에도 중국 공산당이 건재했던 것은 당에 필적할 만한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0년 말 현재 중국 공산당 당원은 8026만명으로 13억 인구의 6%에 달한다. 당은 정부의 세부 조직은 물론 티베트와 신장의 가장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 구석까지 권력의 손길을 뻗친다. 행정부, 의회, 법원 등 표면상으로 많은 공식 기관이 있지만 그 배후에는 항상 당이 존재한다.

저자는 중국 최대 대형 가전업체인 하이얼의 장루이민 회장을 만나 “당과 사적 이윤 간에 이해상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하는가”라고 물었다. 장루이민은 하이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사내 당 서기였다. 돌아온 답은 “제가 제 스스로를 하이얼의 당 서기로 임명했는데, 제가 제 자신과 무슨 갈등을 빚을 수 있겠습니까”였다. 저자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지방 간의 경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중국의 성, 시, 지방, 행정군은 중국 주식회사를 구성하는 물고기 떼와 같아서 경제적 이익을 먹어치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며 “지방 당 서기는 경제와 관련해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누구든 적으로 간주하고, 인근 지역의 경쟁자를 물리치는 데 권력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