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전통적 미디어산업 위기가 인터넷 때문이라고?
“뉴미디어의 발전 양상을 보면 지금이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시점만큼이나 혁명적인 시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 그게 왜 중요한가.”

《디지털 기업의 4가지 코드》의 저자 래리 크레이머는 “전통적인 미디어 비즈니스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원인은 첨단 테크놀로지 자체가 아니다”며 “그것이 가져다 준 기회의 민주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모컨으로 설명하는 뉴미디어 혁명에 대한 저자의 진단이 이색적이면서도 명쾌하다. 과거 소비자는 올림·내림 버튼만 있는 리모컨을 가지고 뉴스·정보 유통업자가 선택해서 제공하는 콘텐츠만을 봐야만 했다.

그랬기에 유통업자들은 권력을 가졌고, 그들의 스케줄에 따라 소비자들은 보기 싫은 광고를 보면서까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리모컨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의 여지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않았던 미디어 권력까지 갖게 되었다.

하지만 리모컨이라는 테크놀로지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은 아니라고 저자는 재차 강조한다. 기술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을 뿐, 앞으로 다가올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해답은 별개라는 것이다.

책 제목대로 디지털기업의 4가지 코드, 즉 4C(consumer, contents, curation, convergence)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는 어느 기업이건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 정보 제공·유통업자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생산자와 소비자에 대한 영역 구분없이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비자(Visa)의 마케팅책임자였던 존 라즈의 페이스북 마케팅 이야기는 미디어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맞닥뜨릴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힌트를 준다. “마케터가 팬페이지를 개설하거나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 그들은 더 이상 단순한 광고업자가 아닌 콘텐츠 제공자가 된다. 또 앱이나 위젯을 만들면 마케터는 곧 소프트웨어 기업이 된다. 고객이나 평론가들의 말에 귀를 귀울이면 PR담당자 혹은 제품개발자가 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