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취임 야후 '구원투수' 스콧 톰슨 CEO가 해야할 일…"경쟁사에 쫓기는 弱者 이미지 벗어던져라"
구글 페이스북 등 쟁쟁한 경쟁자들에 밀려 고전해온 미국 인터넷기업 야후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전 페이팔 사장 스콧 톰슨(54)이 9일(현지시간) 야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한때 매각까지 고려했던 야후 이사진은 독자 생존을 모색하고자 톰슨을 전격 영입했다. 그가 페이팔에서 탁월한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침체된 회사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구원투수’인 셈이다.

기대가 큰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앨린 와이드너 애널리스트는 “야후 사내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와 광고업계까지 톰슨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후 재기 위해 실행할 5가지 과제

톰슨이 맡게 될 과제는 만만치 않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그의 취임에 맞춰 야후의 재기를 위해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할 5가지 과제를 선정해 보도했다.

첫째로 약자 이미지를 버리는 등 이미지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 년간 야후는 혁신을 꾀해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경쟁사들에 쫓기는 인상이 강했다. 이 같은 인상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이 경쟁사로 떠났다.

두번째는 과거를 잊어야 한다는 것. 한때 온라인 광고 최강자였던 야후의 입지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미국 검색광고 시장에서 야후의 점유율은 2010년 11%에서 지난해 8%로 떨어졌다. 매출은 12분기 연속 감소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경쟁사들에 광고 시장을 빼앗기고 있어서다. 야후가 1등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영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천은 아울러 “유망한 핵심 사업을 선정해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수년간 야후는 이렇다 할 핵심 사업이 없었다. 구글의 검색, 페이스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주력 서비스가 없었다는 얘기다.

축적된 데이터 등 잠재적인 역량을 활용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여전히 매월 7억명의 이용자들이 야후를 방문해 광고를 보고 이메일을 쓴다. 이를 핵심 사업 또는 신사업에 활용하라는 얘기다.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야후재팬의 지분 매각도 신속하게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포천은 분석했다.

◆도전적 기술 전문가 ‘기대 반, 우려 반’

톰슨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야후에 대대적인 개혁을 몰고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는 2008년 초 페이팔 대표를 맡아 2년 만에 글로벌 온라인 결제 시장점유율을 14%에서 18%로 끌어올리는 등 높은 실적을 올렸다. 또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도 뛰어드는 등 혁신을 주도했다.

그러나 기술 전문가인 그가 전통적으로 마케팅을 강점으로 내세워온 야후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그는 대표에 오르기 전 페이팔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비자카드에서는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담당했다. 전공도 회계학과 컴퓨터공학이다.

야후의 공시에 따르면 톰슨의 연봉은 최대 2700만달러(31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페이팔에서 받았던 연봉의 두 배가 넘는 수준. 씨티그룹의 마크 마하니 애널리스트는 “톰슨의 연봉이 예상외로 높게 책정됐다”며 “야후 이사진이 톰슨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