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내년 사업계획은 휴대폰 3740만대 판매, 매출 60조원 달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 계획은 예년과 달리 세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우선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핀란드 노키아를 질과 양 모두에서 압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과 5, 6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 휴대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노키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 휴대폰을 글로벌 제품으로 끌어올린 ‘애니콜 태풍’도 노키아 앞에서는 미풍에 불과했다. 그랬던 노키아가 올해 판매금액 기준으로 삼성전자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내년에는 판매수량 1위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삼성은 이제 아날로그-디지털 시대의 절대강자였던 소니와 노키아를 뒤로 한 채 모바일 시대의 절대강자를 꿈꾸고 있다. 또 단일 사업부 매출 60조원은 재계 서열 7위 그룹 매출과 맞먹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마트폰 질주 가속화

두 번째 의미는 모바일 시대 숙명의 라이벌인 애플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지난 3분기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21.4%의 점유율을 차지해 애플을 무려 1100만대 차이로 따돌린 데 이어 4분기에는 3850만대를 팔아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여기에 삼성이 내년에 스마트폰 판매 목표로 책정한 1억5000만대는 전체 시장 규모 전망치(6억2900만대)의 23.8%에 달한다. 점유율 자체로는 많이 높아지지 않지만 애플이 건재한 가운데 노키아 소니 LG 등이 거센 반격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양산 능력과 세계 최고 판매 네트워크를 감안하면 판매량이 목표치를 추월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탑재 제품의 대표 주자로 여겨지는 등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12월에도 생산시설을 풀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12월에는 생산량을 전달보다 줄이면서 재고 조정을 했지만 올해는 성수기인 10, 11월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식 목표를 넘어서는 4억대 판매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본격화

삼성전자는 특히 내년 2분기 중 전략폰인 ‘갤럭시S3(가칭)’를 출시해 경쟁사들의 기선을 제압한다는 방침이다. 자체 설계·제작한 모바일 CPU(중앙처리장치)와 디스플레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등에서 획기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이용자들이 클라우드 기술을 근간으로 전자책 전자잡지 음악 동영상 게임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보급형 스마트폰도 본격적으로 내놓는다. 강경수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중남미 시장 규모가 유럽을 추월하는 등 신흥국 시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이런 시장 흐름에 맞춰 보급형 제품을 대거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균 IT·모바일 담당 사장도 “150달러 내외의 모델을 집중적으로 출시해 신흥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귀동/김병근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