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기술 상용화 여부로 R&D 성패 평가해야"
서울대 물리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최고 명문대의 하나인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땄다면 어떤 진로를 택할까. 대부분 안정적인 교수의 길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53 · 벤처리더스클럽 회장)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창업의 문고리를 잡았다. 기술력과 인내심으로 세계 정상급 벤처기업을 키워내 '과학 한류'를 지피고 있는 박 대표는 '스트롱코리아'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테크노 CEO(최고경영자)다.

[STRONG KOREA]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기술 상용화 여부로 R&D 성패 평가해야"
박 대표는 응용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직후인 1988년 실리콘밸리에서 원자현미경(AFM) 등 미세 계측제어장비업체인 PSI를 창업했다. 세계 최초로 원자현미경을 개발한 켈빈 퀘이트 스탠퍼드대 교수가 그의 은사다.

그는 창업 이후 줄곧 원자현미경 분야에만 몰두했다. 1997년 한국 법인을 세운 이후에도 밤낮 없이 연구 · 개발(R&D)을 지속했다. 결국 혁신적 분해능을 갖는 차세대 원자현미경 'XE' 시리즈를 개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국산화하고 30여개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현지법인을 합쳐 직원 수가 120명 남짓한 이 회사의 매출은 2008년부터 매년 117억원, 141억원, 164억원으로 꾸준히 올랐으며 올해는 2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박 대표뿐 아니라 주요 임원들의 커리어도 화려하다. 글로벌 영업과 마케팅 담당인 유영국 상무는 미국 시카고대와 UC버클리를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한 뒤 유수 대학의 교수직 제안을 뿌리치고 2005년 이 회사에 들어왔다. 조상준 연구개발부장(수석연구원) 역시 교수직을 마다하고 이 회사의 바이오 나노기술을 책임지고 있다.

박 대표는 수원 나노소자특화팹센터에서 기자를 만나 국가 R&D 구조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기업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줄이고, R&D로 연명하고 있는 부실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도식화된 기술 평가지표를 버리고, 기술이전 기업의 매출 증대 및 고용 확대 등으로 R&D의 성공 · 실패를 판가름하는 전향적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화점식 나눠주기 R&D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것이다.

그는 또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과학기술을 잘 알아야 국가와 사회의 지도자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며 "스트롱코리아를 위해서는 R&D와 비즈니스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우대하는 문화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