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복지비중을 축소하려고 통계 기준을 몰래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엔 실제 투입되는 순수사업비를 기준으로 사용하다 이번에는 이보다 3조2700억원이나 많은 순계예산으로 전체 예산규모를 슬쩍 올려놓은 것이다. 분모를 크게 만들면서 복지 비중은 그만큼 낮아졌다. 복지예산 비중은 내년 31.0%로 높아져야 할 것이 26%로 줄었고, 오세훈 전 시장의 임기였던 올해는 28.9%였어야 할 수치가 24%로 축소되고 말았다. 올해 복지예산비중이 너무 높아지면 박 시장이 공약한 대로 비중을 올려봐야 빛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박 시장으로선 고민이 많았을 법도 하다. 전임 시장 때의 서울시 복지비중이 20% 초반밖에 안된다고 봤던 것부터가 잘못일 것이다. 복지비중을 10%포인트 올려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미 복지비중이 29%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면 자신이 생색낼 게 별로 없어지게 된다. 게다가 박 시장의 복지공약을 예산에 모두 반영하면 전체 예산의 거의 40%가 복지에 투입된다. 과다한 복지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시정을 책임진 당사자로서도 크게 부담이 될 게 분명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서울시가 써왔던 예산기준을 슬쩍 바꿔 복지비중을 낮게 표시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꼼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서울시는 963만여명에 달하는 시민을 챙겨야 하는 거대 조직이다. 시민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당장 버스 지하철 상하수도 등의 요금을 올려야 한다. 그렇다고 요금을 묶어두면 지하철 적자 등은 해소할 길이 없다. 박 시장은 임기 안에 서울시 부채 7조원을 줄인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시민들의 민원을 모두 수용하려 들면 불가피하게 이해상충이 발생한다. 이런 일들은 결국 원칙을 지킬 때라야 해결할 수 있다. 협찬에도 요령이 있다는 것이 박 시장의 지론이라지만 서울시 행정까지 요령이나 꼼수로 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