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후 끝인줄 알았는데 재혼 통해 인생역전 일궜어요"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에서 상무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52세 K씨는 10월 초 38세의 서울소재 모 대학 영문과 교수와 재혼에 골인했다. 재혼전문회사에 등록해 41세 약사, 37세 피아니스트, 42세 의사, 39세 교사 등 다양한 여성들과 맞선을 본 후 내린 결정이었다. 결혼이 결정된 후 K씨는 난생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의 회사에 입사한 그는 초혼 때는 별로 내세울 게 없었다. 서울에서 맞선도 여러 번 봤지만 호감이 가는 여성들은 반응이 시원찮았다. 결국 유치원 교사와 첫 번째 결혼을 했으나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 그러나 재혼상대를 찾는 K씨의 상황은 초혼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26년간 한 직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하여 ‘별’을 딴 K씨는 연봉이 2억에 가깝고 거주지도 서울 시내 50평대 아파트로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배우자감이 된 것.

전국 각지에 주택업과 펜션업을 영위하며 150억대의 재산을 축적한 48세 C씨 역시 최근 희색이 만연하다. 평생소원이었던 ‘절세미인’과 최근 결혼에 합의했기 때문. 상대는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받은 36세의 모델 출신 골드미스.

C씨는 3남 1녀의 형제 중 늘 집안의 골치덩어리였다. 다른 형제들은 모두 명문대를 졸업한 후 의사, 교수, 금융계 등에 종사하며 배우자도 거기에 걸맞게 학력, 직업, 외모 등이 수준급이다. 그러나 전문대를 겨우 나온 C씨는 배우자도 다른 형제와 비교가 될 수 없었다. 당연히 가족 모임때는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20여년간 사업에 매진하며 성공을 거둔 결과 이제 뭇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일류 배우자감으로 우뚝 섰다.

결혼정보업체에 따르면 초혼 때는 학력이나 직업, 가정환경, 신체조건 등이 변변치 않아 배우자감으로서 별로 인기가 없었던 남성들이 그 후 사회생활을 하며 일군 경제력이나 호전된 조건 등을 바탕으로 재혼시에는 상황이 반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 10월 20일부터 26일 사이에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가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함께 재혼희망 이혼 남녀 546명을 대상으로 ‘초혼때 대비 이혼 후의 교제상대 수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초혼 때 보다) ‘높다’(남 24.6%, 여 46.2%)거나 ‘비슷하다’(남 45.8%, 여 30.8%)와 같이 ‘(초혼 때의 교제상대) 이상이다’고 답한 비중이 남성은 70.4%, 여성은 77.0%에 달했다.

비에나래의 손동규 명품커플위원장은 “초혼 때는 여성들이 각종 조건을 골고루 깐깐하게 고려하나 재혼 때는 현재의 재력이나 노후 준비 등 경제력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라며 “성공한 직장인이나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는 물론 부모재산 상속자, 연금수혜자, 부동산 축재자 등과 같은 부류들이 재혼대상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린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남성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 재혼 대상자 중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

6개월 정도의 결혼 경험이 있는 35세의 스튜어디스 J씨는 현재 결혼을 전제로 46세 치과의사와 8개월 째 열애 중이다. 빼어난 미모를 앞세워 초혼 때도 전문직 종사 남성과 여러 번 교제를 했지만 학력 미달과 혼수예단 비용 및 지참금 등의 부담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재혼대상 남성들은 경제적 기반을 구축한 상태이고 배우자를 고르는데 있어 부모의 입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J씨 또한 재혼상대로서는 비교적 낮은 연령에 뛰어난 외모, 짧은 결혼생활과 무출산 상태 등 남성들이 선호하는 조건을 죄다 갖추었다. 이와 같은 제반 상황 변화는 J씨로 하여금 꿈에도 그리던 전문직 남성과의 결혼을 가능케 함으로써 초혼의 설움을 완전히 씻게 됐다.

재혼정보업체에 따르면 여성들은 초혼에 비해 재혼 때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본인의 각종 여건에 따라 남성들의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J씨의 만남을 주선한 온리유의 이경 명품매칭본부장은 “남성들은 초혼때와 마찬가지로 재혼상대를 고를 때도 ‘여자’로서의 외모· 신체적 상태를 많이 고려한다”라며 “단지 자녀출산 경험과 양육유무 등이 배우자감으로서의 인기도를 크게 좌우 하므로 이런 사항들이 양호할 경우 기대 이상의 상대를 구할 수 있다”라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