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40년간 현장 누빈 통상 전문가의 한국경제 '희망가'
"세계 경제는 구미판과 아태판이라는 세계 경제 양대 세력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이 한국이 세계 경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통상 전문가인 조환익 전 KOTRA 사장은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의 역할론'을 이같이 강조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일본도 아닌 한국을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 단적인 예라는 것.

그는 "동아시아 번영의 열쇠를 쥔 한국이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번영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는 사는 줄에 서 있다》는 조 전 사장이 40여년간 통상 현장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을 담은 책이다. 아프리카 오지를 돌며 보따리 장사를 하던 시절 이야기부터 위기의 자동차 부품산업이 굳게 닫혀 있던 도요타의 빗장을 열게 된 이야기,상하이엑스포 한국관의 대성공에 얽힌 사면초가의 이야기 등 코리아라는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았던 시절부터 수출 5000억달러를 바라보기까지 맨손으로 세계시장을 뚫었던 수출전사들의 시장개척사를 흥미롭게 펼쳐낸다.

그는 "1960년대 보따리 장사로 시작한 우리 수출이 1970~1980년대 통상마찰을 겪으면서 맷집을 키웠고,1990년대 말 외환위기는 품질경쟁력 확보의 계기가 됐으며,2008년 금융위기는 우리가 주변국에서 세계 중심국가로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역샌드위치론'으로 주목받은 저자는 여전히 우리가 '사는 줄'에 서 있다고 자신한다. 또 위기의 시기를 헤쳐나가려면 세계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메가트렌드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노멀 트렌드의 활용,역발상과 융복합의 경쟁력 배양,중소기업의 글로벌 기업과의 공생,한국인 특유의 개척 DNA 발휘 등이 그것이다. 수출 최전선에서 맨발로 뛰면서 느낀 세계시장에 대한 분석은 학자들이 연구소에 앉아 내놓는 비관적인 분석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책에서 젊은이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하루가 쌓이면 못 이룰 것이 없다면서 매일매일 세계 속으로 뛰어들라고 충고한다. 또 우리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우수한 우리 젊은이들이 통상 전선의 전사로 활약해 줄 것을 주문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