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 건립…亞 최대 영화제 키운 주역
"부산국제영화제가 출범한 지 16년 만에 숙원 사업이던 전용관 '영화의전당'을 건립했습니다. 기능적인 면에서나 미학적인 면에서 이 거대한 건물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제 소임인 것 같습니다. 새 건물에 기존 사업과 행사를 잘 접목시켜 '명예의전당'으로 나아가는 기반을 닦을 겁니다. "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56 · 사진)은 "앞으로 영화의전당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6일 개막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단독 위원장을 맡아 축제를 성황리에 이끌고 있다. 지난해까지 공동위원장이던 김동호 위원장이 명예위원장으로 물러난 뒤 온갖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14일까지 펼쳐지는 올해 영화제에는 70개국 308편을 상영,관객 수 2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16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창설을 주도한 그는 당시 김동호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찾아가 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간청한 주역이다. 이후 김 위원장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키웠다.

"영화의전당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습니다. 1년 내내 아시아와 유럽의 좋은 영화를 상영할 공간을 얻었으니까요. 영화 관련 이벤트와 공연도 유치해 외국인을 모을 수 있는 관광지 역할도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국과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영화제의 상징이 될 거예요. "

부산국제영화제가 단기간에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아시아의 연대'라는 컨셉트를 잡고 아시아 최고의 작품들을 모은 게 주효했죠.관객과 함께 즐기는 비경쟁 영화제란 점도 좋았고요. 1년간 세계 주요 영화를 모아 한자리에서 흐름을 파악하도록 했습니다. 그렇지만 부산뿐 아니라 전국의 팬들이 호응해주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없었을 겁니다. "

이 위원장은 처음으로 단독 수장을 맡은 것에 대해 "김 명예위원장이 한걸음 물러난 후 솔직히 힘에 부친다"며 "안성기 부집행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이 예전보다 더 많은 일을 나눠 맡고 있지만 김 명예위원장의 그늘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에서 거둔 성과로는 마켓의 대형화와 포럼 창설을 꼽았다.

"부산영화마켓이 벡스코에서 열리며 시너지 효과가 커졌습니다. 그동안 시클라우드 등 해운대 주변 호텔에서 파트별로 개최됐을 때는 응집력이 다소 떨어졌거든요. 올해 부스 신청이 작년보다 14% 늘어난 123개에 달하고 상담도 급증했습니다. 올해 창설한 포럼도 시작부터 대성황입니다. 영화에 대한 세계적인 담론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

해외 석학들이 세계 영화를 이론적으로 풀어보는 포럼에서는 '동아시아영화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태국의 아피차퐁 감독과 미국의 더들리 앤드루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았고 국내외 학자 200명이 참석했다. 올해 예산은 11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지만 경쟁 영화제인 도쿄나 홍콩영화제의 150억원,칸영화제의 300억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토론토나 로테르담 같은 비경쟁 영화제의 마켓 활성화,칸영화제 같은 경쟁 영화제의 인재 발굴 등 강점을 배우겠다"며 "아시아 영화인들을 교육하고 후원하는 사업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