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곧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하기로 하면서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지난해 3월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 받게 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국내 벤처 기업이 이제 2500만여명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고 글로벌 서비스와의 경쟁을 본격 시도한다는 점에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오는 12일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카카오톡이라는 '포털형 모바일 메신저'에 협력 업체들이 입점해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유·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사는 수익을 나눠가지는 생태계가 첫선을 보이게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최근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 제휴 협약을 맺었고 위메이드와는 게임을 연동키로 하는 등 사업 모델을 구체화해 왔다. 또 언론사의 뉴스와 소리바다, 벅스, 무비스트, 아프리카TV 등 20개 앱 제공 업체는 이미 카카오 링크로 서비스가 연동되도록 합의해 이 같은 사업 모델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 같은 방식은 과거에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들이 검색 광고를 하는 기업이나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업체에게 과금하는 방식의 수익 구조를 구축한 것과 유사한 형태다.

카카오톡이나 포털이 사용자에게는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돈을 받지 않지만, 각 업체가 필요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고 이 장터를 제공하는 업체가 생태계의 중심에 선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얘기다.

카카오톡이 자사 서비스에서 구현할 구체적 모습은 포털이나 모바일 메신저 업체가 선보인 서비스에서도 유추가 가능하다.

NHN의 일본 내 자회사인 네이버재팬은 최근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 날씨 친구와 일본어 통역 서비스를, 다음 마이피플은 증권 정보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틱톡은 페이스북의 담벼락과 같은 커뮤니티인 '모임'을 지원한다.

자체 콘텐츠가 없는 카카오톡은 음악, 번역, 증권, 뉴스 등 다양한 사업자의 서비스를 사용자들이 각자 이용하거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네이버 라인의 '날씨 친구'처럼 사용자가 스스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업체들은 서비스를 선택한 사용자를 타게팅해 마케팅 행위를 할 수 있고, 사용자는 원하지 않는 서비스는 거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톡의 이 같은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단 애플이 자사의 '앱 내부결제방식(IAP·In App Purchase)'이 아닌 휴대폰 결제 등을 적용할 수 없도록 앱 개발사들에게 요구해 카카오톡의 안정적 수익 확보에 차질이 생겼다는 점이 수익 부문 리스크로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애플의 모바일 메신저 '아이메시지'도 12일(현지시간) iOS 탑재 모바일 기기에서 서비스될 전망이어서 우려를 더한다.

또 애플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하는 구글도 구글플러스라는 SNS를 선보인 상황에서 거대 사업자들과의 갈등은 향후에는 불가피하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유료 콘텐츠 사용에 인색한 사용자들도 끌어들이면서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서비스가 카카오톡을 통해 제공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모바일 메신저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각종 모바일 메신저 업체와의 경쟁은 논외로 보더라도 이미 수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 페이스북 등 글로벌 서비스와의 경쟁은 과거에 NHN과 SK컴즈 등이 세계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던 것을 고려하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지난 4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페이스북 및 트위터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국내 서비스가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활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