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 때 우연히 판단과 선택에 대한 심리학 연구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지금까지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선택을 하는지,판단을 어떻게 하는지 '인지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하는 공부를 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마케팅은 결국 자사 제품을 선택하도록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련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이런 점에서 소비자인 인간의 선택,즉 의사 결정을 이해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인간의 선택에 대한 문제는 경제학에서 먼저 다뤄졌다. 선택과 판단에 대한 인지심리학 연구는 선택행동에 대한 경제학적 설명이 실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데서 시작됐고,이런 연구 성과가 경제학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생겨난 분야가 최근 화제가 되는 행동경제학이다. 여기에 신경과학의 연구방법이 도입되면서 신경경제학이라는 분야도 생겨났다. 이 책 《선택의 과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내리는 '선택'이라는 행동을 신경과학의 연구에 기초해 풀어나간다.

행동경제학의 근간이 된 선택과 판단에 대한 인지심리학 공부를 해오면서 간간이 신경과학에 대한 책이나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쓴 논문을 읽어왔다. 그러던 차에 《선택의 과학》을 읽게 됐고,내가 알고 있는 인간의 여러 상반된 모습이 정리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리드 몬터규는 신경과학 연구의 메카인 미국 버지니아 공대 캐릴리온 연구 센터를 총지휘하는 뛰어난 연구자다. 그의 논문은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에 게재됐고 전 세계 인지 · 신경과학계를 뒤흔들었다. 인간 뇌에 대한 자신의 통찰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그것이 현실세계에서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어떤 식으로 반영돼 나타날 수 있는지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이 책은 비교적 쉽게 읽혀나가지만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결코 쉽지도 간단하지도 않다. 먼저 그는 '계산주의'가 가진 심오한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나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그 의미를 전달한다. 계산주의가 의미하는 바를 몬터규가 이끄는 대로 이해하면서 뇌와 마음이 하나지만 또 어떻게 다른지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몬터규의 '선택의 과학'은 인지주의적 선택과 판단 연구에서 놓치기 쉬운 큰 그림을 갖게 해준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선택이 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 체계와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내리는 것이라는 점이다.

인지주의적인 선택과 판단 연구에서는 종종 가치와 목표가 상실돼 있다. 어떤 가치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택이 이뤄진다고 보지만 결과물 대신 선택 과정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몬터규의 저서는 인간의 뇌가 '가치판단기계'이며 가치가 선택을 이끌고 '안내'한다고 깨우쳐 준다. 무엇인가 가치가 있는 것은 우리에게 보상이 되고 인간의 뇌는 이런 보상 체계에 반응한다. 보상은 먹이나 물,성뿐 아니라 '생각'도 포함한다. '생각 보상'이 뇌의 구조적 연결을 재배치하고 최대의 목표로 자리잡아 어떻게 '이기적인' 인간이 자신의 정신적 이념을 위해 단식을 감행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인간은 여러 수준에서 접근될 수 있다. 그러나 몬터규가 언급하듯이 어느 한 접근만으로는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뇌라는 하드웨어에서,마음이라는 소프트웨어에서,그 뇌와 마음이 작동하는 문화적 맥락에서 인간은 보다 총체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책은 뉴런과 신경전달물질이라는 매우 작은 단위에서 얘기를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동물이지만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인 다채로운 인간의 모습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왜 그런 선택을 할까'라는 의문을 가져온 독자라면 만족할 만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안서원 <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프로그램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