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안보 전문가들 "美-루마니아 MD 협정 체결 대응" 강조

미국과 루마니아가 유럽 미사일 방어(MD) 기지를 루마니아 영토에 설치하는 협정에 서명한 것과 관련 아직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14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MD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핵전력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나토가 유럽에 구축하려는 MD 시스템이 자국의 핵 억지 전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나토의 유럽 MD 시스템이 러시아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을 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산하 자문기구인 '민간위원회' 최고간부회의 위원 이고리 코로트첸코는 이날 "미국과 루마니아의 협정 체결에 대응해 러시아는 서둘러 자체 항공우주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서둘러 핵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트첸코 위원은 "우선 나토의 MD 시스템을 뚫을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RS-24; 나토명 SS-X-29)'와 잠수함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SLBM) '불라바(R-30; 나토명 SS-NX-30)'의 실전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야르스'는 2009년부터 실전에 배치된 첨단 ICBM이며 '불라바'는 2005년 첫 발사 실험을 한 뒤 지금도 계속 시험 중에 있는 신형 SLBM이다.

코로트첸코는 "이와함께 러시아 자체의 항공우주방어 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며 "이는 유럽 MD 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미국과 나토와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발생할 위협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군사전문지 '모스코우 디펜스 브리프(Moscow Defense Brief)' 편집장 미하일 바라바노프는 "미국과 루마니아가 체결한 MD 협정은 아직 제한적 유럽 MD 시스템 구축 단계"라며 "루마니아에 배치될 SM-3 방공 미사일은 터키에 설치될 레이더 시스템과 함께 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라바노프 편집장은 "SM-3 시스템은 적어도 2018~2020년까지는 실질적인 방어보다 정치적 과시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제한적 의미의 MD라고 할지라도 다른 국가(러시아)의 핵 억제력을 훼손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한편 이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테오도르 바콘스치 루마니아 외무장관은 13일(워싱턴 현지 시각) 워싱턴 D.C 소재 미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오는 2015년까지 루마니아 남부 지역의 옛 공군 기지인 데베셀루에 SM-3 탄도미사일 부대를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데베셀루 기지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남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곳으로 불가리아 국경과 인접해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