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졸업을 앞둔 황고은 씨(당시 24세)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는 외식업체에서 일하는 꿈을 꿨지만 몇 달간 퇴짜만 맞았다. 유명 구인 · 구직사이트를 전전하는 자신이 처량했다.

어느날 새로 나온 채용공고가 없을까 하고 찾아간 취업센터에서 직원이 그를 불러세웠다. "KB금융이 기업체와 구직자를 연결해 준다는데 한번 이용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금융회사에서 다리를 놓는 만큼 일반 구인 · 구직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이력서를 올리고 무작정 KB금융에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KB금융 담당자와 상담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린 것도 잠시,금세 반응이 나타났다. 여러 기업이 연락해 왔다. 당초 생각했던 외식산업 대신 여행업에 마음이 끌렸다. 업계 1위 여행사 하나투어를 선택했다.

황씨는 지금 하나투어 신성장사업부의 야무진 새내기다. 회사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일을 한다. 그는 "내 평생의 반쪽을 찾았다"고 표현했다. 김태욱 하나투어 홍보팀 과장은 "사람 하나 정말 잘 뽑았다"며 "금융회사가 다리를 놓으니 황씨 같은 인재들을 발굴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고 했다.

◆취업문 열어주는 은행

"KB가 소개해준 평생의 반려자…야무진 나만의 꿈 이제 활짝 피워야죠"

KB금융이 지난 1월 정식으로 출범시킨 일자리연결 프로젝트 KB굿잡(www.kbgoodjob.co.kr)은 은행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력서를 중개하는 데 불과했던 기존 리크루팅 업체들과 달리 전국 1200여 국민은행 지점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진짜 우량한 거래기업만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장비업체 탑엔지니어링에 취업한 민경준 씨(26)는 "KB굿잡의 소개가 없었다면 이 회사가 LCD디스펜서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은 세계 최고의 LCD장비 업체라는 것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라고 했다.

특성화고 · 마이스터학교에 대한 지원도 남다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약을 맺어 홈페이지 내에 특성화고 특별전용관을 운영하는데,교과부가 학교별 상위 10% 졸업생들을 인재추천관에 등록하고 있어 기업들에 인기가 높다. 지난 4월에는 국민은행이 특성화고 · 마이스터고 졸업생 8명을 업계 최초로 채용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오는 10월6일부터 이틀 동안 송도 컨벤시아에서 '2011 KB굿잡 취업박람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구직자들은 남동공단 내 우수기업을 방문하는 공단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저소득 청소년 지원 활발

KB금융이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그 중에서도 청년층이나 어린이 등 젊은층을 지원하는 활동의 비중이 유난히 높다.

KB금융 계열사의 전 직원들은 해마다 5월을 '사회공헌의 달'로 정해 자원봉사활동을 벌인다. 지난 5월엔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서울 응암동의 알로이시오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초청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KB금융그룹 임직원 750여명은 어린이들과 한 명씩 짝을 이뤄 에버랜드 이곳저곳을 누볐다.

점심을 굶는 결식아동을 위해선 'KB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이 있다. 학기 중엔 급식비를,방학 중에는 식품선물세트를 보낸다. 지원 아동 수는 2008년 1800여명에서 올해 1950명으로 늘었다.

◆서민에 문턱 낮추는 금융사

서울 방학동서 오리구이 전문점 '장작불패'를 운영하고 있는 조용식 씨(40)는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준' KB금융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는 중견기업 영업직 사원이었다가 퇴직했는데 하는 일마다 신통치 않았다. 그를 도와준 것은 KB미소금융.조씨의 사업계획과 재기 의지를 높이 샀다. 4000만원가량의 자금을 저리에 대출해 줬다. 조씨는 "가족 모두 가게 근처로 이사해 매장일을 돕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KB금융은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가계부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연 4.8~5.3% 파격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KB 장기분할상환 고정금리 모기지론' 등은 사회기여를 우선해 개발한 상품으로 꼽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