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말까지 충남 탕정사업장의 TV용 LCD(액정표시장치)패널 생산물량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일부 생산라인을 태블릿PC와 노트북용 LCD패널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감산 조치와 함께 LCD사업부 소속 임원을 30명가량 경질 및 전보하는 문책성 인사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TV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LCD패널 값도 계속 하락하면서 비상 경영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임원 대폭 경질 · 감산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월 100만~130만대(모듈 기준)가량인 탕정사업장의 TV용 패널 생산물량을 연말까지 월 20만~30만대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협력사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 감축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는 일부 설비를 중국 쑤저우 생산법인 SSEL로 넘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SSEL은 2개의 TV용 모듈 조립라인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일부 TV용 생산라인을 10인치 이하 태블릿PC용과 15~20인치 노트북용 라인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라인을 전환한 후 남는 설비 등은 매각 또는 임대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며 "이미 중소 협력사들은 중국 쪽 사업을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황을 감안해 물량을 조절할 뿐 인위적으로 감산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감산과 함께 임원진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일을 기해 LCD사업부 전체 임원 80여명 가운데 30명가량을 경질 또는 보직 이동 조치할 예정이다. 경질 대상에 오른 임원 상당수는 지난 29일과 30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30여명에 달하는 임원을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인사 조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7월 실적악화 책임을 물어 장원기 LCD사업부 사장을 경질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장 사장을 CEO 보좌역으로 전보하고,권오현 반도체사업부 사장으로 하여금 LCD사업부까지 총괄토록 했다. 7월 중순에는 LCD사업부 제조센터장인 고영범 부사장과 개발실장인 이원식 부사장도 교체했다.

◆LGD도 내년 투자 40% 줄여

삼성전자 상황만 나쁜 건 아니다. LG디스플레이도 내년 파주에 있는 8세대 라인(P9)에 장비를 반입하는 것 외에 신규 라인을 짓지 않기로 했다. 당분간 TV 수요가 저조할 것이란 관측 아래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짜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총 투자규모는 3조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설비투자 예정액(약 5조원) 대비 40%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연간 설비투자 규모로는 2007년 1조6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 짓기로 한 8세대 패널공장도 당초 이달 중 착공식을 갖기로 했으나 패널 시황 악화를 감안해 무기한 늦췄다.

두 회사가 임원진 교체와 감산을 하는 것은 LCD패널 시장 상황 때문이다. 올 들어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TV 판매량은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디스플레이서치는 연간 LCD TV 판매량을 올해 초 2억1590만대에서 1억9150만대로 11.3% 낮춰 잡았다. 이 여파로 패널 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시장 주력제품인 40~42인치 풀HD급 LCD패널 가격은 작년 1월 340달러에서 올해 1월 240달러로 떨어졌고 8월에는 219달러까지 하락해 작년 1월 대비 35%가량 급락했다.

이태명/김병근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