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혈구장'에서 말하기를 "덕이 근본이요,재물은 말단"이라고 하였다. 재물은 말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한 까닭은 무엇인가.

기대승:재물이란 사람의 생계 수단이기 때문에 성인이 중하게 여겼습니다. 옛사람의 말에 "먹는 것이 백성의 하늘"이라 하고/…/살아가는 이치는 반드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니 하루도 재물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재물을 위주로 하면 이욕의 마음이 생겨서 다툼과 송사가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덕'이 근본이라 한 것입니다.

선조 즉위년(1567) 12월9일 소대(召對)에서 선조와 기대승이 나눈 대화의 일부다. 소대는 경연(經筵)의 한 종류.하루 세 차례 여는 삼시강(三時講)과 특강 보강 형태의 소대 등으로 이뤄진 경연은 왕이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함께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고,국가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그 참모습은 어땠을까.

《경연,왕의 공부》는 경연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경연에서 임금은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공부했고,어떤 교재를 사용했으며,평생 공부 숙제는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발췌한 경연의 기록을 그대로 실어 영상을 보는 듯 생생하게 읽을 수 있게 꾸몄다. 풀이를 통해 당대의 정치 사회적 배경을 설명해 그 맥락을 짚어준다.

저자는 "경연은 왕의 권력남용과 독단을 막고 정치 현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는 장치였다"며 "조선시대 경연에서 논의하는 내용이 지금 이땅에도 되풀이되는 모습과 흡사해 놀란다"고 말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