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항운노조가 독점해온 노무공급권이 복수노조 허용으로 깨질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복수노조 허용 이후 잇따라 설립된 포항과 울산의 복수노조들이 기존 항운노조가 독점해온 노무공급권 확보에 나섰다.

◆'취업장사' 부른 독점 노무공급권

항운노조 노무공급권은 각 지역 항만에서 이뤄지는 육 · 해상 하역작업을 항운노조 소속 근로자들만이 독점적으로 취급할 수 있게 한 것을 말한다. 해방 이후 노무공급권을 독점해온 항운노조는 전국 항만에 18개 노조,소속 근로자는 1만5800여명을 두고 있다.

이들 항운노조는 노조에 가입해야만 일자리를 제공하는 클로즈드숍(closed shop)이어서 채용을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항운노조의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2005년부터 하역회사가 근로자를 직접 채용,임금을 주도록 하는 상용화(하역회사별 상시 고용)를 실시했다. 이후 평택항이 상용화를 전면 시행하고 있고,부산 인천 울산항 등은 일반 잡화부두와 항만 하역 등에서만 부분 상용화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한 근로자들도 항운노조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노조가 직원 채용 과정에 여전히 개입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복수노조 "독점 노무공급권 깨겠다"

전국 항만에서 가장 먼저 복수노조를 세운 곳은 포항이다. 경북항운노조를 탈퇴한 노조원 41명이 세운 포항항운노조는 이미 고용부 포항지청고용센터에 근로자 공급사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조 포항항운노조 위원장은 "기존 노조의 조직 및 회계 운영 등이 불투명해 노조를 만들었다"며 "항운노조에도 복수노조가 허용된 만큼 노무 독점 구조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항운노조에 맞서 설립한 온산항운노조도 조만간 사업자등록을 내고 고용부에 근로자 공급사업 허가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온산항운노조는 기존 항운노조 탈퇴 조합원들로 이뤄진 포항항운노조와 달리 1970~1980년대 온산공단 철거 이주민들과 2세들로 구성됐다.

황호근 온산항운노조 위원장(53)은 "온산공단이 만들어지면서 농지와 어장을 잃어버린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며 "항만하역 노무 공급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울산항운노조 조합원 4명도 최근 노조설립신고서를 냈다.

◆사업권 허가 놓고 고민에 빠진 고용부

항만 노무공급권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노조가 잇따라 출범하면서 고용부는 고민에 빠졌다. 직업안정법 33조에는 근로 공급사업 수행에 적합한 노동조합이면 누구든 노무공급 사업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기존 항운노조도 이 법에 근거,노무공급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노조를 설립했다고 해서 반드시 사업 허가를 받는다고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운노조 노무공급권을 복수노조로 확대할 경우 자칫 항만 하역을 둘러싼 노노 간 갈등으로 국가 기간산업의 혼란을 부를 수도 있어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