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결혼은 깨지기 위한 연애다. 제대로 실패하고 아파봐야 배운다. 20대의 아픈 과정을 거쳐야 30대에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다. 실패한 실험을 또 따라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연애와 결혼, 자기만족과 행복. 사람들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이루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좋은 결혼을 위해선 먼저 '불행한 연애'를 반복해봐야 한다.

사회심리학자 이철우 박사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대의 불행한 연애가 30대의 행복한 결혼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박사는 연애 전문가다. 사회심리학자인 그는 블로그를 통해 실연의 상처를 입은 많은 청년들에게 상담을 전해주다가 연애심리학 책을 두 권이나 집필했다.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북로드)와 최근 발간한 '사랑하고 싶은 스무살, 연애하고 싶은 서른살'(한국경제신문)이 그의 저서다.

이 박사는 "여자 혼자 사는 것은 불행한 결혼보다 낫다. 하지만 결혼생활 중 느끼게 되는 일반적인 행복이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의 행복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골드미스'를 비판하는 근거로 일본 사례를 제시했다. 한국보다 '골드미스' 단어가 10년 먼저 등장한 일본 사회에는 요즘 '고독사'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는 것.

이 박사는 "당연한 소리지만, 여자와 남자는 가정을 이루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좋은 짝을 만나기 위해 '불행한' 연애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20대의 '불행'한 연애가 30대의 '행복'한 연애로

이 박사는 연애 과정을 3단계로 정리했다.

연애는 좋은 감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1단계,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설명하는 2단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마친 후 '역할 분담'을 하는 3단계로 나눠진다.

'결혼'만을 목표로 하는 연인들은 1단계에서 2단계로 나아갈 때 실패한다. 2단계의 과정을 부담스러워하거나 건너뛰려고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단점이 있다.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애쓰다보면, 언젠가는 지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단점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이 박사는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 상대가 실망할까봐 겁먹지 말라" 며 "할 말은 해야한다. 남성에게는 보호본능이 있고, 여성에게는 모성애라는 것이 존재한다.

내 벽을 허물어야 남의 벽도 허물어지고, 서로에 대한 솔직한 모습을 알아야 진실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해서 현명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연애의 스킬"이라고 강조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위해 '2단계' 시간을 늘리는 것도 연애 비법이다. 그는 "남자들은 동물적인 본능이 있어서 스킨십을 시작한 후 연인과의 대화보다 스킨십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며 "성(性)을 위한 만남은 깨지기 쉽다.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게 된 후 스킨십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또 "20대에는 남녀가 서로 솔직하게 믿는 연습을 해야한다. 솔직해져야 더 많이 믿을 수 있다" 며 "30대에는 지금 만나는 이 사람이 나를 믿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서로 인정해줘야 한다. 따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 권하고 싶지 않은 사랑법 '이별알기'

만남의 과정만큼 중요한 것은 이별 과정이다.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철우 박사는 "사랑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제대로 된 '이별'을 해봐라. 이 방법은 정말 권하고 싶지 않지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애가 끝이 난 후 하나의 사랑을 정리할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후 자신의 이별 소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며 헤어진 연인과 갖게 된 추억에 대해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야 한다. 이별 후에는 혼자 있는 것 보다 가급적 많이 활동하는 게 좋다.



자신이 같은 이유로 이별을 반복하고 있다면, 이별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자. 끝난 사랑의 추억을 완전히 버려야 제대로 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이 박사는 연인과 이별 후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사랑으로 치유받으려는 '섣부른' 이들에게 경고의 말을 전했다.

그는 "과거에는 가족들이 많아 아이들이 '대접'받지 못하고 성장했다" 며 "지금은 너무 핵가족화된 사회에 '대접'만 받고 살기 때문에 '아픔'을 견디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사랑이 끝나면, 아픔을 극복하려고 다른 사랑을 시작한다. 그리고 또 실패한다. 하나의 아픔을 제대로 극복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여자는 '슈퍼 울트라 갑', 남자를 봐줘라

이병우 박사는 여자들에게 따끔한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요즘 여자들의 생각은 전통적이지만, 행동은 진보적이다" 면서 "여성들은 자신보다 좋은 조건의 남성이나 타인의 눈에 차는 사람을 만나려고 하니 양쪽에 불균형이 온다. 성비는 이미 깨진지 오래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의 주장은 간단하다. 여러 방면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우월함'을 입증시키고 있고, 남자들이 여성들의 능력을 뛰어넘는 것이 어렵다는 것.



이 박사는 현대 여성을 '슈퍼 울트라 갑'으로 표현했다.

그는 "술자리에 간 남자 친구가 연락이 두절됐다고 조바심 내지 말라. '열등한' 남자가 사회생활에 대해 배우고 있는 시간" 이라며 "남자들은 천성이 자유롭고 철이 없다. 여자들이 현명하게 남자들을 달래고 봐줘야 하는 수밖에…(웃음)"라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좋은 연애를 거쳐 결혼에 골인하고, 또 이것을 유지시켜야 내 아이가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며 "아이의 성격은 부모 책임이다. 좋은 연애의 결실을 맺고 유지시켜야 내 아이가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기억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