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강원도 평창의 이름이 울려 퍼질 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12년간 두 차례나 고배를 마신 뒤 찾아온 승리이기에 온 국민이 느끼는 기쁨과 환희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창 유치에 그 누구보다 기뻐했을 이들은 바로 발표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수많은 강원도민이었다. 두 번의 유치 과정에서 쌓은 경험,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등 여러 가지 성공비결을 꼽을 수 있겠지만,이번 유치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은 두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앞장선 강원도민의 도전정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외국 언론들까지 평창 승리의 원인이 강원도민의 도전정신에 있었다고 극찬할 만큼 그들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지난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현지 실사가 이뤄질 당시 2018명의 강원도민은 그룹 아바의 'I have a dream'을 부르며 평창 유치에 대한 열망을 노래했었다. 그 당시 현장에 참석했던 IOC 위원들은 그런 그들의 타오르는 열정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사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두 번째 도전이 실패로 끝났을 때,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은 평창에 대한 더 이상의 기대를 접었다. 세 번째 도전을 시작했을 때에도 국민의 이목을 그다지 끌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단체와 강원도민은 묵묵히 한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매진했고,그 결과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 12년이 우리 사회가 성숙해져 가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분석해 단점을 보완한 뒤 끈기있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성숙된 문화를 만들었다는 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무척이나 흐뭇하다. 능력 면에서는 어느 세대보다 뛰어나지만 즉각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 중요한 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다. 한국은 21세기에 동계올림픽을 여는 아시아 첫 번째 국가로 우뚝 섰다. 이런 의미 있는 성과를 성공적인 개최로 연결하기 위해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관심을 한반도에 집중시킬 것이다. 평창과 한국에 쏟아지는 관심이 큰 만큼 경제적 가치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1988년 하계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이 극동의 조그만 나라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경제강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면,이번 동계올림픽 역시 대한민국을 한 단계 성장시켜 주는 발판이 돼 줄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국민적인 화합과 함께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는 또 한 번의 성공적인 행사가 되기를 기원한다.

박현구 < 한국지멘스 헬스케어 총괄대표 hyeongu.park@siemen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