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의료장비보다 중요한 우리 병원의 경쟁력은 직원 간의 화합과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는 사랑입니다. 평판이 좋다보니 부천 등 경인지역은 물론 서울 서부지역과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

백민우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장(66 · 신경외과)은 "병원의 대형화로 시설이나 장비 등 외형 경쟁은 번지르르하지만 의사들의 진지한 진료 자세와 환자의 정서적 안정 및 만족감은 소홀히 하는 곳이 많다"며 "우리 병원은 가톨릭 이념 아래 의료 본연의 가치 추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 소사동에 자리잡은 부천성모병원은 2009년 옛 부천성가병원에서 지금의 간판으로 새출발했다. 이 병원의 모태는 1958년 성가소비녀회가 서울 미아리 성당에 개원한 성가의원.1970년 서울 하월곡동에 병원을 확장 이전한 후 1983년 당시 의료 낙후지역인 현재의 부천지역으로 옮겨왔다.

이 병원의 경쟁력인 인화(人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메디컬협진센터.매일 점심시간에 임상경험 10년차 이상인 9명의 내과 특진 교수가 한자리에 모여 한두 가지로 병의 원인을 딱 꼬집어내기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협의한 뒤 진단을 내린다. 주로 원인불명의 만성기침,체중감소,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오전에 각종 검사를 받고 의료진은 이를 토대로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백 원장은 "협진시스템을 운영한다고 해놓고는 실제 유기적으로 가동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우리 병원은 명실상부하게 협진을 시행해 환자들이 각 진료과를 돌아다니지 않고 시간과 진료비를 절감하는 혜택을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백 원장이 이끄는 뇌졸중센터도 인화에 첨단의료기술이 어우러진 전문진료센터다. 국내 최대 규모인 10명의 신경외과 전문의와 2명의 신경과 전문의 등 총 12명이 365일 24시간 뇌혈관질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 센터는 1996년 뇌혈관치료에만 쓰는 전용 조영장비를 별도로 구비해 1998년 아시아 최초로 '두개(頭蓋) 내 스텐트 성형술'에 성공했다. 매년 10여편의 관련 논문을 SCI(과학기술 인용색인)급 학술지에 게재하고 있고 해외 석학을 초청해 뇌혈관 라이브 서저리(생중계 수술 시연)도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중국 의사도 다수 찾아와 이곳에서 시술 테크닉을 배우고 가 양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한국을 앞서게 됐다.

과거에는 뇌혈관이 막히면 혈전용해제나 항응고제를 투여해 악화를 막으면서 회복 속도를 지켜보는 게 전부였지만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사타구니동맥이나 요골동맥에 카테터를 넣어 구불구불한 뇌혈관을 통과시킨 후 막힌 부위를 뚫고 스텐트를 박는 기법이 도입됐다.

이 분야를 개척한 백 원장은 "뇌혈관은 심장혈관과 굵기는 비슷한데 약하고 굴곡이 심해 수술하지 않고 스텐트 등을 삽입하는 중재술이 훨씬 어려운 편"이라며 "과거에는 심혈관용 스텐트를 뇌에도 그대로 썼으나 최근에는 뇌혈관 전용 스텐트가 나와 시술의 정확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는 신속한 응급환자 1차 치료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논문 작성 등으로 바쁜 전문의들은 항시 서너 명이 늦은 밤에도 병원이나 병원 인근의 자택에서 깨어 있기 때문에 응급 환자가 들어와도 대부분 한두 시간 안에 1차 치료가 이뤄진다. 뇌졸중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후 3시간 이내에 1차 치료가 이뤄지는 게 국제적 기준인데 이 센터는 빠른 환자 대응능력을 인정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최우수 뇌졸중센터로 선정됐고 서울 서부지역에서도 소문을 듣고 많은 뇌졸중 환자가 찾아온다. 이에 따라 연평균 400여건의 뇌졸중 관련 중재시술이 시행되고 있다. 백 원장은 "헌신적인 의사들과 진료과별 다툼이 없고 새로운 치료법 도입을 주저하지 않는 병원 분위기가 뇌졸중센터가 활성화된 밑바탕이 됐다"며 "다른 대형병원도 우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환자들의 혈당조절 및 합병증 예방에 철저한 당뇨병센터는 2000년 12월 개소 이후 부천 지역의 '당뇨병 도우미'로 호평받고 있다. 알코올의존치료센터도 알코올중독의 조기 치료와 인식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1993년 경인지역 최초로 문을 연 호스피스병동도 말기 암환자의 평온한 임종을 보살펴준다.

부천성모병원은 소음,담배연기,통증이 없는 3무 병원을 지향하고 있다. 2009년 병실의 TV를 과감히 없앴고 2007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담배연기 없는 병원'으로 선정돼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했다. 또 의료진은 치료 시 환자들이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연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백 원장은 "603개 병상의 최근 가동률은 89.9%로 국내 최고치인 93~95%에 근접하고 하루 평균 2000~2500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한다"며 "과잉투자를 지양하는 대신 가족 같은 병원 분위기를 조성하다보니 업무효율이 높아져 경영효율을 억지로 향상시키려고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며 웃음지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