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남극에 최초로 세종기지가 세워지던 날,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도 이런 기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그런데 남극이나 북극과 같은 두꺼운 유빙으로 싸인 바닷길을 오가려면 얼음을 깨부수며 나아갈 수 있는 쇄빙선이 필요했다. 20년 넘게 남극과 북극을 오가기 위해 외국 배를 빌려야 했던 설움은 2009년 국내 기술로 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가 탄생하며 끝이 났다. 2009년 남극으로 첫 출항을 해 2010년 초 무사히 귀항한 아라온호는 그해 7월 두꺼운 얼음으로 가득 찬 북극 척지 해의 얼음 특성 연구와 일반 해양학 연구를 위해 북극 항해에 나섰다.

'남극 박사'로 통하는 전 세종기지 월동대 대장 장순근 박사가 인천에서 출발,북극 척치 해를 돌아 부산으로 돌아오기까지 56일간의 항해 기록을 담은 《북극 척치 해를 가다》(장순근 지음,지성사,1만7000원)를 펴냈다. 북극에 관한 이야기와 웅장한 대자연이 살아 숨쉬는 알래스카의 식물과 동물,연구원들의 일상까지 생생하게 담았다. 저자는 "얼음과 펭귄밖에 없는 남극과 북극곰밖에 없는 북극이 뭐 대단하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극지에 먼저 진출한 나라들은 쇄빙선이 있었기에 많은 연구가 가능했고,우리도 쇄빙선을 가질 만큼 큰 나라가 되었다"고 전한다. 저자는 네 번이나 세종기지에서 월동대 대장으로 활동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