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양희은 씨가 전국 방방곡곡 시골마을을 찾아다니며 손맛의 고수들을 만나 들은 우리의 맛과 음식,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한 TV프로그램에서 '양희은의 시골밥상' 코너를 3년 넘게 진행해온 그는 녹화 첫날부터 시골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작은 수첩에 메모해 놓았다.

이 책에는 일반적인 요리책에 등장하는 현대적인 계량법은 없다. 무조건 그 댁 어머님 식을 따라하며 배운 '눈대중'과 '맛보기'를 있는 그대로 담았다.

저자는 "이 조리법과 입맛은 우리 핏속에 흐르는 맛이다. 그걸 잊거나 남에게 내어주면 안 되고 서양 사람들 먹기 좋으라고 먹기 쉽게 그들의 양념 맛을 따라가서도 안 된다"고 설명한다.

국화잎냉국,덤불콩밥,뽁작장,오미자순겉절이 등 요즘 도시에선 찾아보기 힘든 메뉴부터 서리태밥,북어조림,열무된장국 등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메뉴까지 다양하다. 시골 사람들과의 정겨운 대화와 촬영지에서 받은 감상으로 쓴 수필이 한데 어우러져 여행서의 느낌도 풍긴다. 흙냄새 물씬 나는 시골풍경과 소박한 시골밥상을 함께 담은 사진은 잘 만든 요리책 못지않다. 24년의 결혼생활 동안 단 한번도 주방을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는 저자의 '식탁 예찬'이 그대로 묻어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