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작가인 저자가 10여년 동안 국내외에서 수집한 86점의 근대화를 소개한 책이다. 1898년부터 1958년까지 외국 작가들과 우리 화가들이 그린 '한국'을 통해 근대사를 복원했다. 그림 설명에 치우치지 않고 각종 고증 자료를 활용해 당시 시대상과 역사적 인물 및 사건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1898년 조선을 방문한 네덜란드계 미국인 화가 휴버트 보스가 그린 '서울 풍경'은 막 근대기에 접어든 서울의 풍경을 묘사했다. 흥선대원군이 중건한 경복궁 건물 세 채가 저 멀리 보이고 그 앞으로 낮은 기와집들이 펼쳐진다. 뿌연 황톳빛 정경은 외세의 강제적인 개항 압력과 호시탐탐 조선을 노리던 일본 · 청나라 · 러시아가 야기한 불안한 정국을 상징하는 듯하다.

변월룡의 1954년작 '공훈무용가 최승희'는 친일파라는 비판과 함께 남편을 따라 월북해야 했던 무용가 최승희의 부채춤 자락이 구성진 유채화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장면,휴전 협의차 한국을 방문한 아이젠하워와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 등도 그림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