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는 별의별 물건이 다 올라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먹다 만 아침식사가 경매되는가 하면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씹던 껌이 경매에 올라온 적도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유명인들이 접촉한 물건이라면 가격이 확 뛰는 게 보통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그런 물건들에 열광하며 큰돈을 주고 구입하려 할까. 유명인의 것이 아니라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을지도 모를 그런 물건들의 어디에서 즐거움을 느낄까.

폴 블룸 예일대 심리학 교수가 쓴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는 인간행동의 강력한 동인인 쾌락의 이면을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먹고 마시고 사랑하며 수집하고 공상하는 모든 행위들이 쾌락을 좇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사람을 온전히 알려면 이 쾌락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감각적 쾌락이 아닌 본질주의적 쾌락에 초점을 맞춘다. 어떤 대상이 주는 즐거움은 우리가 그 대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경매에 나온 유명인의 물건인 경우 그 물건에 깃든 개인의 역사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세시대에 성인의 유골이나 예수가 처형당한 십자가 조각으로 알려진 물건이 불티나게 팔렸다. 나폴레옹의 성기를 그의 마지막 의식을 집전한 사제가 잘라간 사실에서도 물건의 역사와 숨은 본질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짝퉁이 아닌 진짜 명품시계를 차고 싶어 하고 위작이 아닌 피카소 진품을 원하며 일란성 쌍둥이 형제 중에서도 자기가 사랑하는 그 사람만 원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란 설명이다. 이 책은 물건 외에도 음식 섹스 예술 상상 등에서 얻는 쾌락의 원인도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