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남의 불운에 기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
자신감 여사는 잘나가는 장관이었다. 오만해 보이기는 해도 업무만큼은 훌륭하게 해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적인 자리에서 무심코 내뱉은 총리에 대한 말이 언론에 공개되고 말았다. 모피쇼에 반대해놓고 정작 여우사냥 허용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일도 구설수에 올랐다. 일간신문의 헤드라인은 그녀에 대한 비난으로 도배됐다. 결국 자신감 여사는 사임했다.

이런 뉴스를 들으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녀를 동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고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어떤 해도 입히지 않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우리는 남의 불행에 기쁨을 느낀다. 이러한 심리 상태를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고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의 저자 피터 케이브는 샤덴프로이데를 '평등의 부활을 느끼는 감정'이라고 정의한다. 생존경쟁에서 상대에게 뒤처지면 안 되기 때문에 타인의 불운에 안도감을 느끼는 본성이 진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따라서 샤덴프로이데의 대상은 주로 나보다 잘난 사람이 된다. 자신감 여사의 불행에 대중이 기쁨을 느꼈던 것은 그녀가 사회적으로 승승장구한 데다 거만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참고 기다리면 내일은 더 나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주제도 흥미롭다. 컴퓨터를 살 때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고민이다. 내일이면 컴퓨터가 더 빠르고 더 저렴해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구입을 미루게 된다. 저자는 이상적인 것을 찾는 노력은 겉보기에 합리적이지만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케인스의 말처럼 괜찮은 것을 즐길 기회마저 잃는다는 것.저자는 지금 당장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더 합리적일 때가 많다고 주장한다.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겪을 법한 문제들을 바탕으로 33개의 질문을 던진다. 난해한 철학 용어를 줄이고 쉽게 썼다. '왜 다이어트 중에 참지 못하고 야식을 먹는 걸까' '남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등이 눈길을 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