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100메가 광랜'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한 지 4,5년이 지났다. 아직도 평균속도는 100메가(1초에 100메가비트를 전송하는 속도,100Mbps)를 밑돌지만 이제는 100메가의 10배에 달하는 '기가 인터넷' 얘기를 한다. 기가 인터넷 시대에는 홀로그램과 같은 입체 영상 데이터도 초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가 코리아 포럼 · 전시회'를 열고 정보기술(IT) 주도권을 잡으려면 범 정부 차원에서 기가 인터넷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며 2019년까지 추진할 '기가 코리아 비전'을 제시했다. 비전은 실감형 교육 · 문화 체험 서비스 등 3대 미래상과 체험형 에듀테인먼트 등 7대 서비스로 구성됐다.

김흥남 전자통신연구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기가 인터넷 시대에 대비해 기가급 유 · 무선 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테라(1000 기가바이트)급 네트워크 장비도 개발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생체 · 의료 · 홀로그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양방향 입체 콘텐츠를 활용해 교육 · 방송 · 의료 · 전자정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통신연구원은 행사장에 차세대 기술도 전시했다. 파장분할다중접속 광가입자망(WDM-PON)이 대표적이다. 이는 전화국-가입자 구간에서 가입자별로 빛의 파장을 달리해 전송하는 기술로 전송속도가 10기가에 달해 홀로그램 데이터도 무난히 전송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밀고 있다.

초고화질(UHD) TV도 시연했다. UHD는 가로 · 세로 화소 수를 고화질(HD)급의 2배(4K) 이상으로 늘린 것을 말한다. 전시장에서는 4K(3840x2160)로 촬영해 2K(HD급)로 방영했던 드라마 '추노'를 120인치 스크린에서 틀어줬는데,화질이 선명한 것은 물론 입체감까지 느껴졌다. UHD급 영상을 대형 화면으로 보면 저절로 입체감이 난다는 설명이다.

최진수 팀장은 "HD보다 4배 선명한 4K급 UHD는 2015년이나 2016년이면 상용화되고 HD보다 16배 선명한 8K급 UHD는 2020년쯤 상용화될 것"이라며 "국책과제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UHD 분야에서는 일본 NHK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면서 "이미 8K급까지 시연했고 4K급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동작인식 게임기 '킨넥트'를 닮은 멀티터치 동작인식 기술도 선보였다. 마우스 · 키보드 대신 동작으로 컴퓨터 화면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남승우 팀장은 "킨넥트 이후 동작인식 입력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 기술은 교육 · 광고 분야나 스마트TV 리모컨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강현실 기반의 실감형 이러닝(e-learning)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마커가 그려진 표지를 인식기에 대면 컴퓨터 화면에 공룡이나 인체 내부 같은 영상이 입체적으로 뜨고 곧 음성 설명이 나온다. 마커 없이 교과서 자체를 인식해 입체영상을 보여주는 기술도 개발해 기업으로 넘겼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