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명가(名家)'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남들과 차별화된 높은 기술력은 기본.해당 브랜드에 다양한 '스토리'가 입혀지려면 오랜 역사도 갖춰야 한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도 기업문화로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최고라는 현실에 안주했다가는 어느 순간 '2류 브랜드'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거르쿨트르는 이런 점에서 '시계의 명가'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브랜드다. 예거르쿨트르는 시계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100% 자체 생산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이자,시계의 '심장'으로 불리는 무브먼트(동력 장치)를 1260개나 개발한 업체여서다. 1833년 스위스 태생이다.

엔트리 제품도 1000만원 안팎인 탓에 국내에선 시계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 브랜드였지만,최근 '명품시계 열풍'에 힘입어 예비 신랑 · 신부 중에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계에 대해 잘 알면서 재력도 갖춘 30~40대 예비부부가 주를 이룬다고.

남성을 위한 대표 예물 모델은 '마스터 울트라 씬 문'이다.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클래식한 은빛 시계판 위에 시침,분침,초침으로만 모양을 냈다. 6시 방향에 장착한 '문 페이즈'(날짜에 따라 달의 모양 변화를 보여주는 기능)와 날짜창으로 포인트를 줬다. 스틸 제품은 1100만원대이며,핑크골드로 장식한 시계는 2100만원이다.

'마스터 리저브 드 마르쉐'도 품격있는 시계를 찾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모델이다. 2시 방향에는 날짜창을,6시 방향에는 초침 창을 별도로 둔 게 특징이다. 10시 방향에는 부채꼴 모양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달았다. 현재 동력이 얼마나 남았으며,언제쯤 태엽을 감으면 된다는 것을 표시해주는 창이다. 시계 뒷면을 투명하게 처리해 기계식 무브먼트의 섬세한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핑크골드로 시계 케이스 등을 제작한 제품은 2200만원대이며,스틸 제품은 1000만원대다.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 씬'은 예거르쿨트르가 올해 리베르소 탄생 80주년을 맞아 선보인 모델이다. 시계 케이스가 180도로 뒤집어지는 리베르소는 예거르쿨트르를 상징하는 대표 모델 가운데 하나다. 폴로 경기 중에 시계 앞면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간단한 조작만으로 시계 뒷면이 앞으로 오도록 개발했다. 핑크골드 제품은 1900만원대이며,스틸제품은 900만원대다. 여성용인 '그랑 리베르소 레이디 울트라 씬'은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느냐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다이아몬드가 없는 스틸제품은 500만원대이며,다이아몬드가 박힌 핑크골드 제품은 3000만원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