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이 찾아오면 어버이를 위해 많은 자녀들이 '효도검진'을 예약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로 고가 건강검진에 포함된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인한 방사선의 인체 영향 여부를 조목조목 따지는 고객들이 늘어났으나 예약자 수는 큰 증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족과 직장에서 큰 돈을 들여 실시하는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때 참고할 만한 사항을 알아본다.


◆내게 꼭 맞는 맞춤검진은 가능한가

국내 대부분의 건강검진은 성별,연령별,조직 · 장기별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개인의 가족력,불편한 증상,희망사항을 세세히 따지고 반영해 주는 '맞춤 검진'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50대 초반의 남성이라면 남성정밀검사에 환자가 주로 우려하는 질환에 대한 검사를 한두 항목 추가하는 형태다. 물론 다수의 대학병원급 검진에서 설문조사나 문진을 통해 환자의 병력을 두루 물어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완벽한 개인 맞춤형 검진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병원 입장 때문에 요원한 실정이다.

국내 건강검진에서 치과 · 척추관절 · 정신질환,인후두,후각,피부감각 등은 검진이 미흡하거나 아예 없다. 증상이 뚜렷한 데다 외부 전문병원에서 잘 치료하기 때문인데 노년층의 불만이 많아 보완이 요구된다. 반면 시력검사나 청력검사 등은 필수검사항목으로 끼워져 있는데 불필요하다고 느낄 경우 이를 빼달라고 요구하면 1만원 남짓 절감할 수 있다.

30만~50만원에 하루 수백명을 검사하는 검진 전문 의료기관은 비용이 적고 장비도 손색 없으나 의료진의 경험이 미흡하고 판정이 획일적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50만~70만원대의 건강검진이라면 해마다 조금씩 검사항목을 바꾸는 게 좋다. 매년 위내시경 또는 대장내시경 검사만 되풀이해 받는 것은 낭비일 수 있다.

3년 단위로 해마다 소화기,호흡기,순환기(남성) 또는 유방 및 갑상선(여성) 위주로 번갈아 검사하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경우 폐암 췌장암 갑상선암 유방암 심장질환의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고 있다. 덕분에 이곳에선 지난해 전체 수진자 중 암 발견율이 1.01%로 A대학병원보다 0.3%가량 높았다. 특히 암 정밀검진 프로그램을 받은 고객은 이 비율이 1.63%로 나와 이상 징후가 발견됐을 때 주기적으로 체크하면 암 조기발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머리가 아프면 무조건 MRI 찍어야 하나

나이가 들면 치매나 중풍을 우려해 고가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자기공명혈관촬영술(MRA) 항목이 포함된 뇌정밀 검진을 선택하거나,일반 종합검진에 MRI를 옵션으로 추가하는 경향이 많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조직의 성질을 파악할 수 있는 MRI는 뇌종양 척추 · 관절질환 근육질환의 진단에 유용하게 쓰이는데 뇌에서는 뇌종양이나 염증질환에만 효과적이다. 뇌종양이 흔하지 않은 데다 그나마 뇌종양의 일부만 발견할 수 있다. 뇌졸중에 관해서는 자기도 모르게 앓고 지나간 흔적을 발견해 향후 발병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친다.

MRA는 뇌혈관의 모양을 보는 검사로 뇌동맥류나 뇌혈관의 협착을 잡아낼 수 있다. 뇌동맥류은 전체 MRA검진 환자의 1~2%에서 발견되며 10명 중 3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다만 MRA가 고가인 점을 감안하면 뇌 건강 체크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반대로 뇌질환 우려가 크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두 검사를 동시에 받는 게 바람직하고, 한 가지만 받는 것은 진단에 부족하다. 아울러 이런 검사를 받는 것 자체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거나 뇌졸중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운동,금연,혈압 · 혈당조절 등의 후속대책만이 있을 뿐이다.

편두통 어지럼증 등 뇌신경계 유사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르고 뇌정밀 검사를 받길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 먼저 신경과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해본다.

◆CT 검사 남발하면 방사선 피폭 우려

16채널 이하 일반 CT는 복부 1회 검사에 10mSv(밀리시버트),흉부 1회 검사에 8mSv의 방사능을 인체에 가한다. 연간 방사선 노출 허용치는 일반인이 1mSv,원전 종사자 및 의료용 방사선 취급자는 50mSv 수준이다. 암 치료용이나 진단용 방사선 허용치는 정해진 게 없으나 대체로 50mSv를 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복부 초음파를 시행해 췌 · 담도암 등이 의심될 경우에 한해 복부 CT를 찍어보는 게 바람직하다. 계속해서 특정 질병이 의심될 경우 약 3~6개월을 주기로 복부 CT를 해봐야지만 그렇지 않으면 삼가야 한다. 폐암 발견을 위해 시행하는 저선량 흉부 CT는 일반 CT에 비해 5분의 1~8분의 1 정도의 방사선을 방출하고 1㎝ 이하의 조기 폐암을 찾아낼 수 있으나 아직까지는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져 대중적인 검진으로 추천하기엔 무리가 있다.

요즘 심혈관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해 256채널 MDCT(다중검색 컴퓨터단층촬영)이 보편화되고 있다. 채널수가 많을수록 방사선이 많은 각도에서 조사되고 절대량도 늘어나지만 실제 쪼이는 시간이 과거 15분에서 1분 수준으로 크게 줄어 전체적인 노출량은 감소된다는 게 장비 제작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박동하는 심장을 찍을 때에는 촬영 컷 수가 늘어나 기존 CT와 같거나 오히려 2배로 늘어난다는 게 전문의들의 견해다.

PET-CT(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는 암세포가 에너지원으로 쓰는 포도당에 방사성 표지물질을 붙여 전신의 암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검사다. 전신을 훑어봤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으나 특정 암을 발견하는 데에는 위내시경,자궁경부세포진 검사 등이 훨씬 저렴하고 정확도가 높다. 암 전단계의 병변을 잡아낼 수 없는 한계도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 정용안 인천성모병원 핵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