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장부 작성 방법이 달라진 만큼 연결 재무제표에 나온 숫자들을 이용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칫 엉뚱한 숫자로 투자지표를 잘못 계산하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연결 재무제표를 이해하는 핵심은 지배주주 지분과 비지배 지분에 대한 구분이다. 이 개념을 모르면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도 계산하기 힘들다.

◆지배주주 · 비지배이익 이해가 핵심

지배주주 지분,비지배 지분이란 용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리 복잡한 개념은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무제표에 구분 표시돼 있는 숫자를 그대로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 도입한 삼성전자의 작년 실적을 예로 보자.당기순이익이 16조1465억원으로 표기돼 있다. 이 숫자가 삼성전자의 작년 이익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이는 연결 실적이기 때문에 2009년 발표한 기업회계기준(K-GAAP) 이익 규모와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당기순이익 항목이 '지배주주 지분'과 '비지배 지분'(그래픽 참조)으로 나눠진 데 주목해야 한다. 비지배 지분 순이익이란 삼성전자가 종속 회사의 지분을 60% 갖고 있을 경우 다른 회사가 보유한 나머지 지분 40%에 해당하는 이익을 일컫는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우 비지배 지분 순이익은 3475억원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은 연결 재무제표에 표시된 16조1465억원 대신 지배주주 지분 당기순이익인 15조7990억원으로 이해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 지배주주 지분 순이익은 K-GAAP에 따라 지분법으로 작성했던 개별 기업들의 재무제표상 순이익과 거의 비슷한 개념이다. 회사에 따라서는 비지배 지분 당기순이익이 매우 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PER,PBR,ROE도 '지배주주'기준으로

매출 이익 자산 부채 등 모든 항목에서 자회사 실적이 다 합산된다면 익숙한 투자지표인 PER 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은 어떻게 산출해야 할까.

연결 재무제표의 숫자를 그대로 사용하면 밸류에이션 분석에 혼란이 오게 된다. 한국 증시의 PER은 10배 안팎이라는 암묵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결 재무제표에 나온 숫자로만 계산하면 PER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이 문제 역시 당기순이익에서 지배주주 몫을 분리해야 해법이 나온다. 다행히 지표 작성에 필요한 순이익과 순자산 항목은 연결 재무제표에 '지배주주 지분'과 '비지배 지분'의 몫이 구분돼 표시된다. 지배주주 지분만을 이용해 주당순이익(EPS) PER 주당순자산(BPS) PBR ROE를 산출하면 지분법으로 작성한 작년까지의 개별 재무제표와 거의 유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연결 포괄손익계산서에 표시된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에 대한 주당순이익 항목으로 EPS와 PER을,연결 재무상태표의 지배주주 지분 자기자본 항목으로 BPS PBR ROE를 쉽게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연결 재무제표에서 순이익과 순자산은 비지배 지분 몫을 구분해 주지만 총자산이나 영업이익은 비지배 지분이 별도로 표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 총자산이나 영업이익으로 산출하는 총자산순이익률(ROA) 영업이익률 등은 예전과 달라지게 된다.

◆'개별 재무제표'는 예전과 큰 차이

연결 재무제표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전처럼 개별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K-GAAP 시절에는 개별 재무제표가 중심이었으니 연결 재무제표와 같이 제출되는 IFRS 개별 재무제표를 이용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IFRS를 도입해 연결 재무제표를 발표하는 기업이 내놓은 개별 재무제표는 '별도 재무제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별도 재무제표는 개별 재무제표와 작성 방식이 상당히 달라 숫자를 단순 비교하기 힘들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가장 큰 차이는 개별 재무제표에선 지분법을 쓰지만 별도 재무제표는 원가법이나 공정가치법을 쓴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들이 벌어들인 이익이 K-GAAP에서는 지분율만큼 모회사의 개별 재무제표에 반영되지만 IFRS 별도 재무제표에서는 이익 항목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지분율 50%에 자산 규모가 100억원인 자회사가 10억원의 이익을 냈을 경우 예전 개별 재무제표에서는 5억원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됐지만,별도 재무제표상에는 잡히지 않는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