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pple)은 폭넓은 마니아 소비자층을 보유한 회사다. 시쳇말로 '애플빠(오빠부대에서 따온 말로 열성 애플 마니아를 의미)'들은 애플의 모든 제품에 열광적 지지를 보낸다. 아이폰(iPhone)과 아이패드(iPad) 등 신제품이 나올 때면 남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구입하기 위해 매장 앞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다.

지난해 태블릿 PC 아이패드와 신형 아이폰4가 나왔을 때 외신들은 "미국 뉴욕5번가의 애플 플래그십 매장(회사의 모든 제품과 기술을 보여주는 매장)엔 전날 밤부터 줄을 선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노키아 등 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런 마니아층을 가진 애플을 부러워한다. 애플 마니아층은 규모 면에서 모터사이클의 할리 데이비슨이나 BMW 계열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 마니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애플 마니아층은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자기 증식을 계속하며 확대되는 추세다.

◆애플빠,그들은 누구인가

애플 마니아층은 새로운 정보기술(IT) 흐름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20~30대 젊은 소비층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애플 기기를 보유한 사실을 자랑으로 여기며 경쟁사 제품을 애플 기기와 비교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인터넷 등에 애플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곧바로 반박글을 올리는 적극적인 행동파도 상당수다.

아이폰 기기에 문제가 생겨 애프터서비스를 받아야 할 때 삼성전자의 갤럭시나 LG전자의 옵티머스에 비해 크게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이들 마니아층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 정도야 세련된 디자인과 간편한 사용자환경(UI)이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반박한다.

한마디로 애플 기기를 갖고 있으면 '간지(感じ · かんじ)난다'고 애플빠들은 말한다. 감각 · 느낌 등을 뜻하는 일본어 '간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이 말은 사전에는 없지만 젊은층 사이에서 '멋지다''폼난다' 등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애플빠는 새로운 문화코드

마케팅 전문가들은 지금의 애플 제품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코드'라고 얘기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은 제품에 담긴 애플 고유의 문화 때문으로,새로운 IT 기기를 사용하는 데 따른 편의성만을 생각한다면 애플 마니아층이 지금처럼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마케팅책들은 이 같은 관점에서 애플의 성공스토리를 분석하고 있다. 공통된 결론은 애플 성공의 이면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진한 스토리를 브랜드와 제품에 입혔다는 것이다.

고집 불통에다 반항아 기질이 강한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지금 글로벌 IT업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잡스는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으나 절치부심 끝에 11년 만인 1996년 회사에 복귀했고, 이후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화를 이끌고 있다. 암과 싸우면서도 최고 기술 및 최고 디자인을 갖춘 제품 만을 고집해온 그의 집념도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여기에다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누구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인 앱스토어를 오픈한 경영전략은 다양한 콘텐츠를 보다 쉽게 이용하기를 원하는 소비자 니즈와 맞아떨어진 점도 애플 마니아를 급속도로 늘린 배경이다.

◆고객이 열광하는 스토리를 만들려면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고객이 열광하는 브랜드 만들기' 보고서에서 "스토리는 은유와 꿈,상징 등을 통해 신비감을 조성하고 과거 · 현재 · 미래가 하나가 되는 신화를 창조하여 그 브랜드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느낌을 창출한다"고 밝혔다. 또 "스토리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제품의 기능이 아니고 고객 관점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을 통해 느끼고 싶은 환상(fantasy)"이라며 '샤넬5 향수만 걸치고 잔다'는 마릴린 먼로의 일화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성공적인 스토리 주제로 △환상 모험 △자유 여행 △안락한 사치 △완벽한 나 △반항적 쾌락 등을 꼽았다.

환상 모험은 사람들이 영웅 · 탐험가 · 사냥꾼 · 전설이 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리바이스 청바지,말보로 담배,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이 이를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자유 여행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망을,안락한 사치는 신데렐라처럼 아름답고 착한 사람으로 성장하고픈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다. 완벽한 나는 균형 잡히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은 욕망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반항적 쾌락은 스스로는 완벽을 꾀하면서도 대신 남에 대해서는 완벽을 싫어하고 일탈을 꿈꾸는 욕망을 반영한 것으로 최근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이 주목받는 것과 무관치 않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