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에 담겨 있는 사람의 감성을 검색할 수 있을까. 그동안 감성 검색은 연구 과제의 영역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달 말이면 감정 기분 느낌 등을 전문적으로 검색하는 서비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검색 벤처기업 아크릴의 박외진 대표는 "텍스트에 담긴 인간의 감성을 추출해 검색 엔진으로 찾아내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12일 말했다.

◆인간의 감성을 찾아낸다

아크릴이 개발한 감성검색 서비스의 이름은 'MoM'.감성의 원천인 어머니를 뜻한다. 주로 단어 자체가 가진 뜻과 단어가 연결된 의미,문장의 논리 구조 등을 통해 감성을 추출해 낸다. 추출된 감정을 기쁨,슬픔,즐거움,놀라움,믿음,지루함 등 32개 감성으로 분류한다. 이를 위해 1년여 동안 아크릴은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감성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데이터베이스(DB)에 감성 검색엔진을 적용,이를 32개 감성리스트에 맞춰 분류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아크릴의 감성검색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이 1990년대 말부터 연구해온 '감성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이란 기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감성검색은 텍스트에 불과한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감정적 요소들과 결합된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성검색 기법은 기업의 마케팅,홍보,리서치 등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놀라움''기대감' 등 특정 전자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감성을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관련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이런 정보를 마케팅과 연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연인과 헤어진 직후 봐야 할 영화'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인터넷상에서 해당 감성(슬픔,허전함 등)에 맞는 정보만 찾아 사용자에게 적합한 영화를 추천해 준다. 요즘 뜨는 인기가수 아이유를 치면 '귀여움',일본을 키워드로 입력하면'불안'과 같은 감성이 검색되는 방식이다

◆박사논문 쓰면서 창업 아이디어 떠올려

박 대표가 감성검색을 사업화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KAIST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다. 1991년 KAIST에 입학한 그는 전산학을 전공으로 학 ·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 대표는 박사 학위 논문 주제로 검색 언어 분석과 정보 추출을 택했다. 올 8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는 논문을 쓰면서 감성검색이라는 분야가 전인미답의 영역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때마침 KAIST 출신 선후배들이 그의 아이디어에 동참해 함께 창업했다. 동갑내기이자 WRG에서 같이 있었던 김종희 이사,KAIST 산업공학과 석사 출신 이세화 이사,텍사스주립대 전산학과 박사인 염익준 이사가 핵심 멤버다. 염 이사는 KAIST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