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에서는 상장기업이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한 뒤,한 사람 이상의 준법지원인을 선임하도록 의무화했다. 법률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위법행위나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준법 · 윤리경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준법지원인은 임직원들의 준법통제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해 이사회에 보고하게 된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공포 절차를 거쳐 1년 뒤인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적용 대상 등 세부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된다. 모든 상장사에 적용되기보다 자본금 매출 자산 등을 기준으로 제한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만약 '자본금 1000억원 이상'으로 요건이 정해질 경우 1800여 상장사 중 줄잡아 1000여곳 안팎이 해당될 전망이다. 준법지원인은 이사회 결의로 선임되며 임기 3년의 상근직이다.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지원 자격을 사실상 제한한 점이 특히 논란거리다. 지원자격은 △변호사 △5년 이상 법률을 가르친 교수 △법률적 소양을 가진 사람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에 적합한 사람이다. 교수들은 학교를 마다하고 지위가 불안정한 준법지원인을 할 이유가 없어 사실상 변호사들이 독식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변호사 단체의 입법로비가 성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변호사는 "많게는 1800여개 상장사의 두세 배인 3000~4000명의 변호사가 준법지원인 업무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성공적인 컨플라이언스(준법감시)를 위해선 법률보다 업무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며 "경영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들이 법률지식을 보완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선진국에서도 업무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을 준법감시인으로 활용하며,변호사로 자격을 제한한 경우는 거의 없다.

사정이야 어떻든 준법지원인 제도가 도입된 만큼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가는 동시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준법감시 체계를 잘 운용하면 형사책임의 95%를 감면해주고 있다"며 "인센티브 제공이 내부 통제 시스템 성공의 핵심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