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50)은 '충격'이라는 말을 여러번 썼다. 대학 개혁을 말하면서다. 충격요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대학이 문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과 교수사회에 충격을 주기 위해 해외 석학들을 데려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세계적 대학 육성(WCU)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충격과 파장을 무릅쓰고 부실 대학(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우수 이공계 인력을 길러내려면 대학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기업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공계가 위기라고 합니다.

"공감합니다. 의대 진학 열기와 고시 준비 과열로 우수 인재가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고 있어요. 진학했던 인재들도 빠져나갑니다. 이공계 기피가 지속되면 국가 경쟁력과 나라 미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방치할 수 없습니다. 과거 국가 성장 원동력은 과학기술 인재였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예요. 이공계 석 · 박사를 적극 지원해 톱레벨의 과학자를 집중적으로 키우겠습니다. KAIST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대학 육성책도 마련 중입니다. "

▼주입식 교육이 문제 아닌가요.

"국제학력평가를 보면 우리 학생들의 수학 · 과학 점수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에요. 하지만 과학에 대한 흥미도가 낮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합니다. 수학 · 과학 교과 개편을 통해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

▼융합 교육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과학기술 분야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죠.융합을 통해 혁신과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각 분야에서 강력한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가 취약한 게 현실입니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에요. 혁신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 생각입니다. "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이 심각합니다.

"해외에 있는 우수 인재들이 아주 많아요. 돌아오고 싶어도 국내에 기회(자리)가 없습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면 달라질 것입니다. 기초과학 연구원 1만7500명의 일자리가 창출돼 해외 인재들도 많이 들어올 것으로 봅니다. "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가 논란인데요.

"입지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 안타까워요. 기초과학 투자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투입금액 3조5000억원 가운데 3조원이 기초과학연구원에 들어갑니다. 기초과학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죠.연구 · 개발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이공계 기피 문제도 기초과학자를 채용하지 않으니까 불거진 것 아닙니까. "

▼산학협력이 겉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학은 졸업생 취업난을,기업은 양질의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죠.이 문제는 산학협력으로 풀어야 합니다. 기업의 응용 기술과 대학의 기초분야 연구 역량이 상호 보완작용할 수 있습니다. "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50개 산학협력 선도 대학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산업단지 캠퍼스 조성 사업도 확대할 생각입니다. 경제단체와 상설협의체를 만들어 취업률 제고 같은 협력 과제를 발굴할 예정입니다. 경기도 반월공단의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같은 성공모델이 있는 만큼 좀 더 본격화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기업은 석 · 박사를 뽑아도 일하는 법을 모른다고 합니다.

"대학의 변화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에요. 기업이 빛의 속도로 변하면 대학도 그에 맞춰 빨리 변하고 따라갈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융 · 복합,창의성이 필요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지만 대학 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기술 변화 추세를 고려해 대학원 커리큘럼을 조정하도록 유도할 생각입니다. "

▼대학 개혁이 더딘 것 같습니다.

"보다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여러 곳에 흩어진 대학 정책을 총괄하는 대학지원실을 신설했습니다. 경쟁력을 저해하는 관행을 대학 스스로 치유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을 발표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펴 대학 간 시장 경쟁이 강화되도록 하겠습니다. "

▼교수사회도 변해야 할 텐데요.

"우리 교수 조직이 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매우 보수적이죠.미국에 비해 여전히 연공서열을 따지고,경직적입니다. 국립대 교수에 대해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국립대 총장과 학장 선거제를 폐지한 것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

▼WCU 사업에 대해 자평하신다면.

"WCU의 해외 석학 유치 프로그램 덕분에 국내 대학들의 세계 랭킹이 올라갔어요. 해외 학자 초빙이 국내 대학과 교수사회에 충격을 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충격으로만 끝난다는 비판과 해외 석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개선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구조조정을 포함한 선진화 작업을 벌이는 중입니다. 대학과 기업이 하기 힘든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출연연구원이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