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뒤편 북악산 등산을 한 후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갖고 취임 3주년(25일)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취임 후 기자들과 산행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의 각오를 밝히고 남북 관계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개헌을 비롯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넥타이를 매고 정식으로 대답하겠다"며 피해 나갔다.

◆"종합적,과학적 차원서 결정"

이 대통령은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정치가 아닌 과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결정 시기를'상반기 중'으로 못 박았다. 정부는 동남권신공항 입지 평가 기준을 내달 발표하고 이후 선정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4월까지 위원회를 구성해 입지 선정 작업을 한다. 이 대통령이 상반기 중으로 입지 선정을 일단락 짓겠다는 것은 더 이상의 지역갈등 확산을 막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으샤 으샤'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며 "공정한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북한도 고민하고 있을 것"

남북관계에 대해 도발 시에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올해 중 '변화'를 언급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올해가 남북이 대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북한 주민들이 좀 숨을 쉬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남북대화는 미국과 사전에 협력하는 특별한 절차는 필요 없다"며 "북한도 아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해 남북 간 전기를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번 모 정상이 (북한의)김정은이 몇 살이냐고 묻기에 아마 본나이는 26세일 것이라고 했더니 그 정상이 '나는 육사를 1등으로 졸업하고 별을 다는 데 수십년이 걸렸는데 어떻게 하룻밤 자고 대장이 됐느냐'고 물었다"며 "맞장구 쳐서 같이 욕을 하고 싶어도 한 민족이 웃음거리가 되니까…(자제했다)"라고 했다.

◆"'내려온다'개념은 없다"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사람들은 3년이 지났으니까 높은 산에서 내려온다고 하는데 그것은 너무 권력적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라며 "나는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평지에서 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5년간 평지를 뛰고 다음 선수에게 바통을 주는 것"이라며 "더 우수한 선수가 받으면 속도를 내고 우승을 하는 것이지,권력이 있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이런 개념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빗대어 얘기한 것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