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낸 부인 구보타 여사

"지금도 남편이 보고 싶으면 비디오를 튼다. 남편은 내게 피아노도 쳐주고 내 이름도 불러준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이 타개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74) 여사는 여전히 그를 꿈에서 본다고 말했다.

남편은 저세상으로 갔지만 요즘도 꿈만 꾸면 남편이 나올 정도로 그와 교감을 계속하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 뉴욕 한국문화원은 9일(현지시간) 맨해튼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삶과 예술' 사진전을 개막했다.

사진작가 이은주씨가 백남준의 일상을 카메라로 담은 작품이 오는 3월 4일까지 전시된다.

이 전시회 개막일에 맞춰 구보타 여사는 회고록 '나의 사랑, 나의 백남준'을 내고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이 책에는 구보타 여사가 1964년 백남준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2006년 사별할 때까지 두 사람의 삶이 담겨 있다.

구보타 여사는 도쿄교육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한 뒤 미술교사를 했으며 자신도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해 백남준과는 예술적 동반자이기도 했다.

그가 백남준을 처음 만났을 때 백남준은 이미 독일에서 유명한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였다.

그는 "지난 설에도 남편이 꿈에 나타났다.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기에 왜 청소기를 두고 빗자루로 하느냐고 말했다. 남편이 금방 돌아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상당한 미남이었다고 회고했다.

오늘날 한류스타 배용준이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젊은 날의 백남준은 배용준보다 훨씬 잘 생겼었다는 것이다.

구보타 여사는 1996년 백남준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는 자신의 예술활동을 포기하고 남편의 병 수발만 했다.

그렇지만 그는 "남편과 함께 한 시간 자체가 예술이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