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40세에 유배를 당했다. 가문이 풍비박산난 데다 외딴 곳에서 홀로 사느라 심신이 쇠약해졌다. 우울증과 갱년기 장애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었다. 그런데도 다산은 《목민심서》를 비롯한 수많은 책을 썼고 75세까지 건강하게 노년을 보냈다.

《명문가의 장수비결》은 다산의 장수 비결을 식습관과 정신력에서 찾는다. 그는 개고기를 즐겼고 유배지에서 음식 수발을 들던 여인에게서 손자보다 어린 딸을 얻었다. 개고기로 정기를 보충하고 적당한 성생활을 즐겼기 때문에 갱년기 장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인 정지천 동국대 한의학과 교수는 조선시대 명문가의 건강 비책을 역사적 사실과 한의학적 근거를 통해 밝히고 있다. 그에 따르면 명문가 자손들은 장수에 유리한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부모에게서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데다 성리학 공부를 통해 마음까지 수련했기 때문이다.

허약한 체질을 타고났지만 후천적 노력으로 장수한 사람도 많다. 부친이 58세 때 태어나 병치레가 잦았던 이항복은 63세까지 살았고 부친이 54세 때 태어난 성호 이익은 83세까지 천수를 누렸다. 이들은 모두 청빈한 삶을 살며 소식하고 기름진 음식과 술을 즐기지 않았다.

책은 영조,건륭황제,공자 등 왕과 영웅들의 장수 비결도 소개한다. 측천무후는 호색가였지만 82세까지 장수했다. 그가 고령에도 젊음을 유지했던 비결은 메추라기 술이었다. 메추라기 고기는 닭보다 비타민B가 풍부해 강장 효과를 발휘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