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과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한국의 대표적 '케인시언(Keynesian)'으로 꼽힌다. 경기 침체 시 재정지출 확대 등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해 왔다. 고학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조순 전 부총리)는 주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총리 재임 시 친(親)서민 정책과 대 · 중소기업 상생문제에 큰 관심을 보인 그가 초대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정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동반성장에 대해 나름의 철학을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키워드는 도덕이다. 그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가장 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 것이 도덕"이라며 "그건 정의나 공정보다 더 기본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효도와 사랑, 친구끼리의 우정, 의리를 지키는 것,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자기 본분에 충실하면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도덕의 기본"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 · 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문제를 집중 거론한 요미우리신문의 질문에 답하면서 일본에 대한 뼈 있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일본이 경제대국이지만 국제 평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개도국에 원조를 많이 했지만 진정으로 감사와 존경을 받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평화의 강국이 돼야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 중 · 일 3국이 세계 중심축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서로 설득하고 양보하면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독도문제는 동북아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약력=△1946년 충남 공주생△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미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미 컬럼비아대 조교수△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금융학회장 · 한국경제학회장△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서울대 총장△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제40대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