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SF영화에서 만난 생명체가 지구 외 태양계나 우주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고무돼 있다. 1979년 처음 접한 '에일리언'의 외계인,친절한 방문객 ET,'스타트렉'의 클링곤,'프레데터'의 고등생물체 같은 외계 생물체가 영화 속 상상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게 드러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주말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모노 호수에서 비소를 영양소로 살아가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고 충격적인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과학계에는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 인(P) 황(S) 등이 지구상 생명체의 필수 원소로 알려져 왔다. 그 중 인은 핵산이나 DNA 등의 기본 구성물로 인간 몸을 이루는 중요 성분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박테리아는 비소가 단백질,핵산이나 DNA 구성뿐 아니라 이 유기물을 증식하고 배양시키는 필수 요소로 나타났다.

이 발견이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구와 환경이 다른 우주 어딘가에 비소나 다른 원소를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태양계나 우주에 있는 사물의 존재를 지구상에서의 그것과 같은 개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경고다. 왜냐하면 중금속으로 분류된 독극물 비소는 태양계나 우주 공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소나 헬륨이 지구상에는 적게 존재하지만 태양계에는 많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이로써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제시했듯이 "우주에는 약 1000억개 은하계와 각각 수억개의 별이 있으므로 진화한 생명체가 지구에만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므로 우주에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라는 주장을 증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NASA의 발표는 최근 노벨상을 갈망하고,국가과학기술위원회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 과학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대한 과학의 발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의 기본자세와 평범한 진리 속에서 결실이 맺어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우선 과학의 발전은 호기심과 상상력이 기본이므로 이를 인정하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 요세미티 공원의 모노 호수는 달이나 화성에 있는 곳이 아니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과학자의 호기심과 탐구력에서 나온 것이다. 우주나 태양계는 지구와 조건이 다르므로,자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상상력과 다양성의 인정은 필수다. 이는 바로 우리나라 교육 정책과 교육 환경이 초등학교부터 바꿔야 함을 보여준다. 더 이상 사지선다형이나 ?a × 식 정답을 강요하지 말고 모든 사람이 토론에 참여하는 교육 풍토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정답만을 찾는 게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토론 문화가 자리잡을 때 호기심과 상상력은 극대화된다.

둘째, 과학 발전은 예산이 많이 투여된다고 이뤄지는 것만은 아니다. 모노 호수의 물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 연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얼마나 효율성 있게 사용하느냐가 문제다.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 정책과 실천이 필요하다.
셋째, 연구비 배정에 대한 정부 부처의 시각도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이번 연구는 NASA와 에너지부,국립보건연구소 등 세 기관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이는 중복투자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할 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불요불급한 중복투자를 줄이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의 요구와 필요성이 반영된 합동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융통성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각 부처의 역할 분담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야 할 때다

최순자 < 인하대 교수·생명화학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