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퇴직연금 제도는 가입자들이 무분별하게 중도 인출할 경우 노후자금 기능이 떨어지고,자영업자들은 가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

이태호 한국채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서울 영등포동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퇴직연금 기업설명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과 금융투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대우증권,삼성증권,우리투자증권 등 11개 증권사가 주관하고 퇴직연금 도입에 관심이 있는 80여개 기업의 담당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고용노동부가 2008년 말 발의한 '근로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퇴직연금 제도의 문제점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정부의 법 개정안 중 가입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은 확정기여(DC)형에 한해 중도 인출을 제한하는 것이다. 중도 인출이 활발해지면 퇴직연금은 노후자금보다 비상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DC형의 중도 인출은 전세자금,결혼자금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해진다. 대신 퇴직연금 전반의 담보대출 범위는 확대해 비상금으로 쓸 수 있도록 시행령이 개정된다.
확정급여(DB)형에 대해선 적립금의 40% 미만까지 회사 내에 적립할 수 있도록 해 회사가 도산할 경우 해당 금액도 증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전액을 회사 외부에 적립하도록 할 예정이다.

DB형과 DC형 중 양자택일해야 했던 것도 두 가지 형태를 일정 비율로 혼합할 수 있도록 고치기로 했다. 예컨대 퇴직급여의 절반은 DB형에,나머지 절반은 DC형에 적립할 수 있는 방식이다. 지금은 불가능한 DC형의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40%까지 허용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연구위원은 "충분한 노후 대비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형펀드 편입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퇴직연금 수혜 대상을 자영업자까지 넓히기 위해 현행 개인퇴직계좌(IRA)를 개인형 퇴직연금으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개인퇴직계좌는 퇴직자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직장인에게만 해당되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가입할 수 없다. 이 연구위원은 "고용주 151만명과 자영업자 449만명을 비롯해 경제활동인구 중 744만명이 퇴직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개인형 퇴직연금이 DB형과 DC형에 맞먹는 연금체계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별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노조가 관련 내용을 청취하면 근로자 동의가 없더라도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바꾼다. 이 연구위원은 "DB형과 DC형 선택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이중 동의에 따른 번거로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