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1세대 대표주자로 꼽히는 유현오 전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과 전제완 프리챌 창업자가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 잇따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내놓은 두 사람은 제2의 성공신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유 사장은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돼 있는 앱을 발굴해 투자하는 게임으로 모바일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전 사장은 영상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모바일 상거래 서비스에 나섰다.

◆유현오 "소셜과 게임 두 토끼 잡겠다"

싸이월드를 인수해 국내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키웠던 유 사장은 온라인 게임업체 와이디온라인의 사령탑을 맡아 '엔젤초이스'라는 모바일 게임을 최근 미국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이 게임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기존 모바일 게임과는 달리 최근 글로벌 인터넷 시장의 화두인 소셜 기능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엔젤초이스는 30만개에 이르는 앱스토어의 앱을 사용해보고 게이머가 가상의 엔젤투자자가 돼 사이버 머니를 투자하는 일종의 투자 게임이다. 유 사장은 "앱스토어에 수많은 앱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실제 주목받는 앱은 200여개에 불과하다"며 "유용한 앱을 발굴하면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초기에 1만달러로 가상 투자를 시작하고 자신이 투자한 앱의 인기(랭킹)가 높아지거나 다른 투자자가 그 앱에 투자하면 보상 포인트가 올라간다. 앱에 대한 안목이 좋을수록 게임 내에서 직급이 빠르게 성장하고 보상도 커지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문 지식을 키울 수 있는 것도 이 게임의 장점이다. 파워 블로거처럼 엔젤초이스에도 특정 분야에서 권위를 갖는 게이머들이 나올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유 사장은 엔젤초이스의 투자 소재를 앱에 머물지 않고 음반 도서 영화 음식점 등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다. 사람들의 추천을 투자라는 방식으로 게임에 적용한 것도 신선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게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앱 음반 도서 맛집 등을 추천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엔젤초이스가 기업의 온라인 마케팅에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앱이나 맛집 등에 엔젤초이스의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고 실제 앱 다운로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게이머들과 수익 배분도 고민 중이다. 유 사장은 "앱 개발업체가 자사의 앱을 엔젤초이스 게이머들에게 알리기 위해 광고를 집행할 것"이라며 "광고 수익은 구글의 애드센스처럼 게이머들과 적절한 비율로 배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엔젤초이스는 조만간 한글버전으로도 나온다. 안드로이드용 앱도 이달 중에 선보일 계획이다. 유 사장은 "엔젤초이스가 단순히 게임에 그치지 않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앱이나 제품을 발굴하고 촉진하는 산업적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제완 "글로벌 상거래 시장 잡겠다"

2000년대 초 프리챌을 창업해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시장을 주도했던 전제완 유아짱 사장은 최근 개인 인터넷방송 '짱라이브' 아이폰 앱을 출시했다. 짱라이브는 기존 인터넷방송과 달리 네티즌들이 직접 방송 편성까지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전 사장은 짱라이브를 통해 전 세계 풀뿌리 영상을 한데 모을 작정이다. 가령 뉴욕 바로셀로나 파리 서울 등 세계 각국에 있는 맛집 등을 소개하는 수많은 영상을 여러 나라 언어로 자막 처리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 사장은 "스페인어를 몰라도 스페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영상으로 다양한 지역정보 등을 볼 수 있다"며 "식당 상점 등도 홍보성 영상을 올릴 수 있어 거대한 상거래 장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짱라이브가 전 세계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영상을 모아 놓은 유튜브와는 다르다는 것이 전 사장의 설명이다. 전 사장은 "아이폰 등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한 영상은 물론 다른 사람들이 올려 놓은 영상을 편집해 인터넷방송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며 "구독이라는 방식으로 사용자들끼리 영상을 유통하고 수익도 배분한다"고 말했다. 맛집이나 기업들이 광고영상으로 올려 놓은 것을 자신의 인터넷방송 채널에 편성하면 클릭 수에 따라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전 사장은 "200여개의 상점들이 광고 형태의 채널을 운영하는 등 현재 500여개의 방송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며 "연말까지 방송 채널 수가 10만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튜브에는 1억개 이상의 UCC 영상이 올라 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이 만든 영상이며 일반인들은 수동적으로 영상을 보는 방식이다. 짱라이브는 일반인들이 직접 영상 제작을 일상화할 가능성이 큰 서비스다. 아이폰 등 고화질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사장은 "다수의 방송자가 활동하고 특정 영상을 소수가 시청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가족이나 친구 등 20~30명만이 공유하는 수만개의 영상 채널이 활성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짱라이브를 단순히 영상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영상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소셜 영상 서비스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조만간 글로벌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영어 일어 버전을 출시하고 내년 말까지 20개국에서 서비스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전 사장은 "짱라이브는 국내용 서비스가 아닌 글로벌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내년 중 1억명의 회원을 확보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