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실적 악화 우려로 고전해 온 LG전자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소식에 힘입어 급반등했다. 또 하이닉스는 LG전자로의 인수 가능성이 부각되며 덩달아 급등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는 17일 개장 초 1.83%(1800원) 내린 9만6100원으로 출발했으나 오전 10시께 남용 부회장이 사퇴하고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새 CEO에 선임됐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단숨에 10만원 선을 회복했다. 종가는 4.70%(4600원) 급등한 10만2500원이었다. 거래량은 520만2986주에 달해 전일(63만8487주)의 8배를 웃돌았다.

이 같은 반등세는 오너 일가인 구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등장,LG전자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관은 1958억원을 순매수하며 반등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9만원대에 저가 매수한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335억원,72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해 대조를 이뤘다.

지난 4월 말 13만원 선이던 LG전자 주가는 스마트폰과 TV 부문의 부진으로 줄곧 하향곡선을 그려 6월30일 장중 9만1400원까지 하락했다. 이달 들어선 9만6000~9만8000원 사이를 맴돌았다. 지난달 말엔 외국계 증권사가 '단기 개선 불가'를 이유로 매도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과 LED TV 부문에서 경쟁 업체보다 항상 뒤처졌던 게 실적 악화의 주요인"이라며 "오너 일가는 전문경영인보다 리스크를 짊어지고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시장 기대감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구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공격적인 데다 글로벌 인맥이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편 하이닉스는 이날 6.64%(1400원) 뛴 2만2500원에 마감됐다. 구 부회장이 LG반도체 대표로 재직하던 1998년 당시 정부의 빅딜 방침에 따라 반도체 부문을 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에 넘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운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구 부회장은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데다 하이닉스와의 인연도 남다르다"며 "LG전자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