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구본준(59) LG상사 부회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 부진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LG전자 경영을 이끌게 될 구 부회장은 구본무(65) LG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구본무 회장의 첫째 동생은 구본능(61) 희성그룹 회장이고 셋째 동생은 구본식(53) 희성전자 사장이다.

LG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CEO는 그룹 내 2인자 자리로 통한다.

국내 4대 그룹에서 오너가(家) 형제가 그룹 내 1ㆍ2위 자리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의 사령탑에 오른 것을 두고 LG가 오너 경영체제를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 경쟁 속에서 적자(適者)로 살아남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면 어느 때보다도 오너들의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부터 이어진 LG전자의 실적 부진이 오너 경영 체제 강화를 재촉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기술을 포함해 제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열정이 강한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경복고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미국 시카고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78∼1980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일한 뒤 1982년부터 3년간 미국 AT&T사(社)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했다.

1987년부터 1995년까지 9년간 LG전자에서 근무했고 이후에도 LG반도체와 LG필립스LCD 등의 경영을 맡으며 25년간 전자업계에 몸담았다.

1998년 말 TFT-LCD 사업을 따로 분리해 LCD 전문회사인 LG LCD 설립을 주도했고 1999년에는 필립스사(社)로부터 16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LCD를 세웠다.

그는 LG필립스LCD를 출범 4년 만인 2003년에 TFT-LCD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려놨다.

이 회사가 2004년 3월부터 파주 LCD 클러스터를 짓기 시작해 2006년 4월에 준공한 것은 그룹 내에서 공격적이고 발 빠른 투자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07년 LG상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창의와 자율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뒀다.

사업에서는 미래 성장을 위한 수익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자원개발 분야에 주력했다.

취임 첫해인 2007년 584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천615억원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린 에너지사업을 비롯한 신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면서 올해 LCD 분야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ㆍ청정개발체제) 사업에 대한 유엔의 승인을 세계 최초로 획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매장량이 약 5억6천만t에 달하는 미국의 대형 구리광산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8천8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광산지분의 10%를 매입하는 등 대형 자원개발 사업을 주도했다.

이와 같은 구 부회장의 성향을 감안할 때 그간 남 부회장 체제 아래서 안정과 실리를 중시해온 LG전자의 경영전략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