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대형병원에서 파킨슨증후군 진단을 받고 오랜 시간 투병해온 박 모씨(55)는 올 들어 증세가 악화됐다. 변비가 생기고 소변보기가 잦아지더니 매일 밤 잠꼬대를 해대고 보행이 불안할 정도로 근육이 경직되고 팔 · 다리 떨림이 심해졌다. 그는 주위사람의 권유로 지난 1월 중순 서울 방배동의 보건당한의원을 찾았다. 배를 촉진해보니 복직근의 긴장도가 강했고 배꼽 밑 단전부위는 마치 텅텅 빈 것 같은 느낌이 전해졌다. 8개월간 이곳에서 지어준 약물을 복용한 결과 배변부터 개선되기 시작하더니 잠꼬대도 없어지고 팔 · 다리 떨림도 현저하게 줄었다.

보건당한의원은 2000년 대를 이어 한의사가 된 이승환 원장이 파킨슨병,파킨슨증후군,치매,강직성척추염을 집중 치료하는 곳이다. 뇌신경질환 전문 한의원으로 2500년 전에 중국의 편작과 화타가 저술한 상한론(傷寒論)을 바탕으로 고전적인 처방을 하는 게 특징이다. 요즘 우리 한의학이 동의보감과 사상체질에 편향돼 있다보니 처방패턴이 추상적이어서 실질적인 치료효과가 미흡하다는 게 이 원장의 견해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발생하는데 사지 떨림,보행불안,목의 이물감,잦은 소변,변비,잠꼬대,두통이 주된 증상이다. 파킨슨증후군은 도파민 감소 없이도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이 원장은 "이들 환자는 대부분 간과 위가 손상됐거나 기가 뭉친 상태를 보이고 신장의 양기가 부족하다"며 "뇌의 퇴행성 변화는 단순히 뇌세포의 노화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오장육부의 불균형에서도 비롯되는 만큼 이를 교정하는 한방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뇌신경 세포의 파괴를 예방하고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서양의학의 약물치료는 부작용이 심하고 효과가 일시적인 한계가 있다"며 "탕약과 뜸,침으로 환자의 오장육부 기운을 조화시켜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상한론 처방에 입각해 탕약의 경우 시호 반하 조구등 황금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약재를 우선 쓰고,인삼 황기 계지 등으로 양기를 북돋워 다리에 힘이 풀리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있다. 현재 치료 중인 파킨슨병 · 파킨슨증후군 환자 가운데 1년 가까이 된 환자 45명을 분석한 결과 50%가량이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되는 치료성과가 나타났다고 그는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