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0년 초 세계에서 초고속 인터넷 1위 국가로 인정받은 이래 최근에는 스마트폰,3차원 실감형 TV 및 IPTV 등과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들 정보통신 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에서나 상대방과 정보를 공유하고 삶을 살아가는 소셜 네트워킹 시대가 됐다. 이는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교육,금융,의료,교통,에너지 등 기존 모든 산업의 중추적인 신경망으로 변신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통신망 형태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전자정부망과 중요 통신사업자망 외에 TV 방송망,케이블망,긴급 재난 통신망,지자체 자가망,도로교통망 및 금융망 등 40여 가지 이상의 다른 종류의 망이 공존하고 있다. 제각각 유지되는 망을 위해 정부에서만 매년 10조원 규모를 지출하고 있으며,민간 부문을 합치면 대략 매년 20조원 이상을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녹생성장 일환으로 스마트 그리드,U시티 등을 위해 더욱 정교한 네트워크를 필요로 해 새로운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하루에 생성되는 전체 정보통신량은 휴대 인터넷 등으로 매년 급속도로 증가해 현재 대략 100기가비트(1기가비트는 10억비트)로 추산된다. 이 정도 규모의 통신량은 최근 광섬유 한가닥으로 1테라비트(1조비트에 해당) 정도를 보낼 수 있고,한 개의 칩으로 20기가비트를 처리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몇 대의 장비만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즉 정보통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오래된 네트워크 시설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도 없고,여러 망을 통합하는 경우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많은 기관이나 중소기업 및 대기업에서는 보안이나 운영관리의 편리성 때문에 독자적인 망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왔다. 이런 까닭에 최근 국내 망서비스 비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자료를 보면 일본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네트워크 비용의 증가는 정보통신 산업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도 원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가의 망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통합할 때 비용을 줄일 수 있고,장비의 감가상각비와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향후 수백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 기간산업 측면에서 가장 경제적인 망 구축과 운영 비용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즉 각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회사 등으로 하여금 무분별하게 독자적인 망을 구축하게 하지 말고,이를 전체적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조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과거 50여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선진국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100년을 이어갈 새로운 정보통신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100년 앞의 미래 새로운 산업을 위해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는 가장 경제적인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는 것이다.

미래 정보통신 사회는 물질적인 측면에서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보통신 문화 선진국 형태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경제 선진국뿐만 아니라,첨단 기술과 결합한 정보통신 문명을 수출하는 선진국으로 또 한 차례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준균 < KAIST 정보통신공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