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기업 입사는 엄두도 못냈습니다. 지방대학 출신에 토익점수가 580점에 불과했으니 '스펙'으로는 낙제점이었죠.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달랐습니다. "

지난 3월 세계적 기업 A사 싱가포르 법인에 취업한 이창종씨(28)는 "싱가포르 기업들은 스펙이 아니라 잠재력을 중시해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며 "이 점에 착안해 면접 준비에 집중한 게 의외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스펙'에서 밀려 국내 취업을 포기하고 해외 취업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씨는 정부 지원으로 운영하는 해외 취업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 현지 또는 국내에서 일정기간(8개월 정도) 연수를 받으면 해외 기업 취업을 알선해주는 과정이다.

지난해 건양대 정보보호학과 4학년 1학기를 마친 그는 8월에 싱가포르 현지 해외 취업 연수 프로그램 과정에 등록했다. 건양대는 해외 취업 연수과정을 밟으면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의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싱가포르 연수기간 중 영어 구사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면접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실전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게 1차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건너간 지 5개월 만인 올해 초부터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넣기 시작했지만,취업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페덱스,싱가포르텔레폰,한맨인터내셔널 등 유명 기업에 지원했지만 줄줄이 낙방했다.

'실패의 경험'을 거울 삼아 그는 면접시험에 응하는 노하우를 쌓아갔고,결국 A사로부터 입사 합격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이씨는 "영어실력이 부족해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달 외우고 면접에 임했다"면서 "해외 취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영어실력이고,다음으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도전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연봉은 싱가포르 대졸 초임과 비슷하다. 성과만 내면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시스템이다.

국내 고용시장에서 스펙이 떨어지는 지방대 출신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대신 해외 취업에 도전,성공한 청년은 1571명에 달한다. 취업 국가도 중국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일본 싱가포르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정부는 청년층의 해외 취업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데다 국내 취업난 해소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 해외 취업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원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